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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의 별별이야기] 화성에서 온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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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의 별별이야기] 화성에서 온 손님

입력
2012.11.1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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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의 존 브릿지 박사 연구팀은 과거 화성의 표면 온도가 섭씨 50~150도 정도였을 것이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화성에서 온 운석을 강력한 현미경을 사용해서 분석하고 컴퓨터 모델링 작업을 통해서 확인한 결과라고 한다. 현재 화성의 게일 분화구에서 탐색 작업을 하고 있는 큐리오시티도 화성의 온도가 생각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 정도의 온도 분포라면 과거 화성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액체 상태의 물의 존재는 생명체가 살았을 가능성을 강력하게 암시하는 증거이기 때문에 화성생명체 연구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운석은 2011년 7월 통계를 기준으로 5만3,000개 정도 된다. 이 중 99개가 화성에서 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화성도 과거에 소행성 충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충돌이 있었을 때 화성 표면으로부터 다량의 암석 파편들이 튕겨져 나왔을 것이다. 태양계 내를 떠돌던 화성 암석 파편의 일부는 지구의 중력장에 잡혀서 지구로 떨어졌을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발생했을 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운석들 중에서 어떤 것이 화성에서 온 것인지를 어떻게 찾아낼 수 있었을까. 과학자들은 화성탐사선들이 분석한 화성 암석의 화학 조성 자료를 운석과 비교 분석하는 방식을 통해서 운석이 화성에서 온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화성에서 온 운석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앨런힐스84001(ALH84001)일 것이다. ALH84001은 미국의 운석탐험대가 1984년 12월 27일 남극의 앨런힐스 지역에서 발견한 1.93㎏짜리 운석이다. 39억년에서 40억년 전 화성에서 발생한 한 두 차례의 소행성 충돌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에는 충격을 받아서 부서진 채로 화성 표면에 남아있었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돌덩어리가 1,500만년 전에 있었던 또 다른 소행성 충돌 때 비로소 화성으로부터 튕겨져 나왔고 한동안 태양계 내 여기저기를 떠돌다가 1만3,000년 전 쯤 별똥별이 되어 지구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별똥별 또는 유성이란 지구로 떨어지는 작은 천체 찌꺼기가 대기와 마찰을 일으키면서 타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운석이란 별똥별이 대기 중에서 다 타지 않고 남은 상태로 지구 표면에 떨어진 것을 말한다.

199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데이빗 맥케이 박사가 ALH84001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았다고 발표하면서 이 작은 운석은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크기가 20~100 나노미터 정도 되는 나노박테리아의 화석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발견된 것이었다. 이 구조물이 정말 화성에서 형성된 박테리아의 화석이라면 우리는 첫 번째 외계생명체의 강력한 증거를 손에 넣게 되는 것이었다. 이 돌덩어리가 화성에서 온 운석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쟁점은 이 구조물이 진짜 박테리아의 화석이냐 하는 것과 화성에서 이미 만들어진 후 지구로 왔느냐 하는 것이었다. 맥케이 박사 연구팀의 발표 직후부터 이 운석이 지구로 떨어진 후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운석이 발견된 지역이 남극이라는 생명체에게는 척박한 환경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반론도 나왔다. 논쟁은 계속되었다.

2009년 11월 맥케이 박사와 존슨 우주 센터의 연구팀은 당시 가장 성능이 뛰어난 장비를 사용해서 ALH84001을 다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1996년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이 구조물이 화성에서 만들어져 온 박테리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었다. 논쟁은 진행형이지만 이 논문에 대한 반박 논문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화성에서 온 다른 운석들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생명체의 재료가 되는 유기화합물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모두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을 개연성을 높여주는 결과들이다. 가만히 앉아서도 화성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화성에서 온 99개의 운석이야말로 반갑고도 귀한 손님이다.

이명현 SETI코리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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