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과 '낭만' 등 강원 춘천시를 상징하는 단어를 둘러싼 상표전쟁의 승자는 누구일까.
양구군의 한 중소기업이 최근 이 단어가 들어간 상표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지자 춘천시가 발끈하며 제동을 걸었다.
양구군의 S주류회사 대표 이모(60)씨는 지난해 12월20일 '호반의 낭만의 춘천'상표를 특허청과 국세청에 등록했다. 이 상표를 단 향토주를 출시하기 위해서다. 특허청은 서류심사 등을 절차를 거쳐 지난달 5일 상표등록 공고를 하고, 이의신청을 받고 있다. 이 업체는 송이주와 소주를 출시해 국내외 시장에 판매 중이며, '호반의 낭만의 춘천'과 같은 고유 브랜드 상표권을 38개나 갖고 있다.
이 대표는 "법률검토 결과 지역을 상징하는 단어라고 해서 상표등록 시 자치단체가 우선권이나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해석이 나왔고 정부부처에서도 이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상표등록을 통해 지역 내 지적재산권을 대기업으로부터 지킬 수 있게 됐고, 제품이 팔릴 수록 해당 지역을 자연스레 홍보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순기능을 강조했다.
졸지에 상표권을 선점 당한 춘천시는 발끈했다. 시는 변리사 자문을 거쳐 조만간 특허청에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을 상징하는 단어인 '호반'과 '낭만' 등이 특정 브랜드에 들어가면 시민들이 해당문구를 사용하는데 제약이 발생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넓은 의미에서 수십 년 동안 전국에 각인된 이들 단어의 주인은 춘천시와 시민이라는 해석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이 문구가 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쓰이게 되면 해당 상품이 춘천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크고, 만약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벌어질 경우 지역의 이미지를 훼손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춘천시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그 동안 지역명 상표에 대해 무감각했던 춘천시가 갑자기 이의를 제기한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며 "지역 중소기업을 살려도 모자랄 판에 되레 춘천시가 나서 업체를 죽이려 한다"고 반발했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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