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16)은 친구들과 싸움이 잦았다. 가벼운 말다툼으로 시작해 주먹다짐으로 이어지기가 부지기수였다. 어느새 A군에겐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런 A군에게 학교 선생님은 북을 치는 동아리에 들어와서 스트레스를 풀어 보라고 권했다. 그렇게 6개월여가 지났고 A군은 지난달 26일 삼성생명이 주최한 '제1회 사람, 사랑 세로토닌 드럼 페스티벌'에서 우수학생상을 탔다. A군은 "처음에는 억지로 시작했지만 북을 치고, 공연을 하면서 밝아진 내 모습에 놀랐고, 자신감도 생겼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데 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처음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연 삼성생명은 지난해부터 2년 여간 전국 100개 중학교에 모듬북을 지원하고 드럼클럽을 만들 수 있게 물심양면 도왔다. 삼성생명 측은 "드럼클럽은 청소년들이 학업 친구관계 가족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 곳이 마땅치 않다는 생각에 착안해, 이들이 음악적으로 감정을 발산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다"라고 설명했다. 모듬북 구입 자금은 지금껏 7억원 정도 들었는데 삼성생명 임직원들이 매월 기부해 운영 중인 '임직원 하트펀드'로 마련했다.
드럼클럽에 진입 장벽은 없다. 학교 폭력으로 상처 입은 학생도, 한때 실수로 폭력을 가했던 학생도 모두 들어갈 수 있는 열린 동아리다. 올해 추가된 학교에 소년원, 직업학교, 탈북 청소년 학교 등으로 다양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독특한 방식의 삼성생명 사회공헌은 드럼클럽뿐 아니라 마포대교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에서도 엿볼 수 있다.
마포대교는 최근 5년간 85명이 투신 자살을 시도해 '자살다리'란 오명을 얻은 곳이다. 삼성생명은 서울시와 협력해 9월 마포대교를 4개 구간으로 나누고 구간마다 센서를 설치해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조명과 응원 메시지가 보이도록 만들었다. 사람들이 삶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가령 다리 초입에는 '밥은 먹었어요?' '요즘 바빠?' '바깥 바람 쐬니까 좋지? 등 보행자에게 말을 걸어주는 문구가 난간 조명등에 비친다. 또 다리 중간에는 누구든 상담 할 수 있는 '생명의 전화'가 놓여 있는데 이 주위에는 '비밀 있어요?'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혼자서 꾹꾹 담아온 얘기 시원하게 한번 얘기해봐요'라는 문구를 배치, 통화 상담을 권유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생명에는 남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공헌 사업이 많은 건 회사가 공익재단을 설립한 1982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체득한 노하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임직원 6,000여명과 컨설턴트 4만여명이 총 200여개 팀을 구성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복지기관을 찾아가 돕고 헌혈, 농촌봉사활동 등을 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또한 사회공헌이라 생각한다. '세살마을'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세살마을은 태어나서 세 살까지 양육의 중요함을 알리고 엄마 혼자가 아닌 아빠, 조부모, 넓게는 사회 구성원이 함께 아이를 돌보자는 의미로 2009년 설립된 교육기관이다. 한마디로 출산ㆍ육아 지원을 통한 양육 환경 개선을 담당하는 곳인데, 삼성생명은 세살마을, 서울시와 손잡고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육아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살아가며 반드시 겪어야 할 생로병사 중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영유아 시기를 지원함으로써 인생의 동반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 초에는 보건복지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같이 여성암,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협약식도 가졌다. 여성암 환자의 증가 속도가 남성보다 빠른데다 자궁경부암은 80% 이상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전국 청소년 예방접종 지원 등에 힘쓰고 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