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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문화예술을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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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문화예술을 돌아보라

입력
2012.11.1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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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시행되는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예술인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처음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지원 대상에 대한 불만, 그 정도 예산으로 뭘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와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우선 지원 대상과 범위의 문제. 예술활동 종사자들은 ▦공표된 예술활동 실적 ▦예술활동 수입 ▦저작권(저작인접권) 등록 실적 ▦국고 지방비 등의 보조를 받은 예술활동 실적 등 4가지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하면 지원대상이 된다. 예술인으로 인정되면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근무 과정에서 당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문화예술계의 큰 문제점은 계약서가 없거나 불공정 계약을 맺은 채 제대로 보수를 받지 못하고 문화적 열정과 감성을 착취당하는 것인데, 표준계약서 양식을 개발하고 체계적 인력 관리를 위한 '예술인 경력정보시스템'을 구축키로 한 것은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인복지재단이 설립되면 산재업무 외에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도 벌일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4대 보험 중 산재보험만 적용하는 것이 불만을 사고 있다. 문화관광연구원의 자료(2009년)에 따르면 예술인 중 건강보험 가입자는 98%에 이르지만, 국민연금 가입자는 59.5%, 산재보험 가입자 29.5%, 고용보험 가입자 28.4% 등 많은 예술인들이 4대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예산도 법 시행의 의미를 퇴색시킬 정도로 빈약하다. 당초 문화부가 요청한 것은 350억 원이었으나 배정액은 5분의 1인 70억 원에 불과하다. 창작자금을 빌려주는 '예술인 복지금고'는 200억 원쯤 들여 만들려 했다가 예산 부족으로 물거품이 됐다.

아쉽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런 법을 만든 것 자체가 그나마 다행이다. 문화예술 지원과 육성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야 마땅하다. 2008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예술인 54만 여명의 월평균 수입은 82만원으로 집계됐다. 37.4%는 수입이 아예 없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을 늘려가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예산을 늘려도 100%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정부가 할 일은 '간섭하지 않는 지원'을 하면서 자립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국 연극협회 회원 6,000명의 1인 연 생산액은 40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연극을 하면 가난하게 살게 된다. 그런데도 연극학과 대입 경쟁률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을 위해 뭘 해 줄 수 있을까를 연구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관객을 늘려주는 각종 제도를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증명을 하기 어렵지만 예술활동에 충실하게 종사하는 사람들을 발굴해 지원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을 다시 바라다보게 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들은 문화예술 진흥과 육성을 위해 어떤 궁리를 하고 있나. 다른 분야의 공약은 대개 엇비슷하지만, 이 분야의 공약은 거의 없는 게 오히려 문제다. 5년 전에도 비슷한 지적과 논평이 잇따랐는데, 달라진 게 별로 보이지 않는다. 문화예술인들이 패가 갈려 각자 세를 과시하는 것도 똑같다.

문화연대를 비롯한 몇 개 문화예술단체는 이미 한 달 전에 다음 정부의 문화비전에 관한 토론회를 통해 ▦문화의 위상 높이기 ▦문화다양성 실현 ▦문화의 공공성 강화 등 3가지 정책 방향을 바탕으로 10대 핵심과제와 100대 세부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이게 유일무이한 정답은 아니겠지만, 좋은 참고자료라고 생각한다.

문화를 장식품이나 부속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가비전까지 깊이 생각한 문화예술정책을 개발해 제시하고, 문화예술 지원의 수혜자들이 정권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반전되고 역전되는 고질적 풍토도 바로잡아야 한다.

임철순 논설고문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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