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치열한 예술혼이 살아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은 매년 150만명의 관람객이 모여드는 세계적인 명소다. 내년 3월 24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불멸의 화가II:반 고흐 in 파리'전은 반 고흐 미술관이 7년간 연구해온 반 고흐의 파리시기를 조명한 전시다. 1886년~1888년, 2년간 머물렀던 파리에서 반 고흐는 색채와 형태 실험을 통해 급격한 화풍의 변화를 맞으며 완성의 단계로 나아간다. 좀처럼 조명받지 못했던 파리시기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반 고흐 미술관에서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전시는 대중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국내 전시 역시 개막 일주일 만에 관람객 2만여명이 몰리며 반 고흐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과 사랑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8일 전시 개막에 맞춰 방한한 악셀 뤼거 반 고흐 미술관장은 "과거에는 그림 속 주제나 소재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뤘지만 요즘엔 과학적 접근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면서 "반 고흐 미술관 역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이 작품의 재료는 무엇인가' '그림 아래에는 무엇이 있는가' 등의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 고흐 미술관에는 과학적 연구를 진행하는 복원팀 외에도 반 고흐가 평생 쓴 편지를 통해 삶을 추적하는 문헌 전문 큐레이터가 세 명 상주한다. 반 고흐는 평생 후원자이자 화상이었던 동생 테오에게 자신의 삶은 물론 작품의 재료와 소재 등을 빠짐없이 기록한 600여 통의 편지를 보냈는데, 큐레이터들은 이들 편지를 번역하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추적한다. 이들 자료는 미술관 내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어 전세계 미술사 전공생들이 논문 작성을 위해 방문한다.
야수파, 초기 추상화 등 20세기 근대회화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반 고흐를 악셀 뤼거 관장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반 고흐는 그림도, 언어도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편지에서도 볼 수 있듯 그는 네덜란드어뿐 아니라 프랑스어, 영어를 구사했지요. 회화사에서 위대한 화가인 것은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로도 당시로선 흔치 않은 독특한 삶을 산 화가였다는 점이 제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17세기 네덜란드 회화 전문 큐레이터로 재직하다 7년 전 반 고흐 미술관장으로 부임한 그는 앞으로는 좀 더 폭넓은 관점에서 반 고흐를 연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심층적 연구를 위해 반 고흐와 교류했던 카미유 피사로, 툴루즈 로트렉, 폴 고갱 등의 작품과 당대 유행한 판화를 컬렉션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반 고흐를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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