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클라이밍 김자인(24ㆍ노스페이스)에겐 '여제(女帝)'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3년째 스포츠클라이밍 리드 부문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형 같은 외모까지 겸비하고 있어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김자인은 '여제'라는 수식어에 "즐기며 노력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며 겸손하게 말문을 열었다.
김자인은 현재 스포츠클라이밍 세계 랭킹 1위. 일본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8차 월드컵 여자부 리드에서 미나 마르코비치(슬로베니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월드컵 랭킹은 2위에 머물러 있다. 17~18일 슬로베니아 크란에서 열리는 월드컵 9차전이 세계 랭킹과 월드컵 랭킹의 동시 1위를 석권할 수 있는 기회다.
김자인은 "시즌 마지막 경기다. 부담되기 보다 끝나면 홀가분할 것 같다. 세계 랭킹 1위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하게 된다면 정말 좋은 일이다. 하지만 랭킹이나 성적에 너무 신경 쓰면서 부담스러워하기보다 내 앞에 주어진 루트를 완등 하는데 집중하고 싶다. 그 과정을 즐기다 보면 좋은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9차전을 앞두고 편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의 준비 과정은 편안하지 않았다. 손가락과 발가락에는 굳은 살이 잔뜩 박혀 있고, 마디마디마다 테이프가 감겨 있다. 손가락에는 만성 관절염으로 매일 물리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다. 오전에 치료한 후 오후에는 5~6시간씩 암장에서 훈련한다. 체중 조절을 위해 하루 한 끼만 영양가 있는 식단을 먹고 저녁은 고구마와 사과 등으로 때운다. 쉽지 않은 일정에도 그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친구를 만나 맛있는 것도 먹고 영화도 본다"며 웃었다.
9차전까지 달려오며 웃을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김자인은 2, 3차 대회(프랑스, 오스트리아)에서 결승에도 오르지 못하고 무너졌다. 대중의 갑작스러운 관심에 부담을 느꼈던 탓이다. 김자인은 "재작년, 작년과 비슷한 성적을 거두었는데 올해 들어 유달리 큰 관심을 받았다. 성적 위주로 평가되고 주목 받는 일이 힘들었다. 하지만 장미란 선수의 경기를 본 후 많은 걸 느꼈다. 승부를 떠나 내 스포츠를 즐기자고 생각했다. '즐기자'고 마음 먹은 후 모든 게 좋아졌다. 부담감도 줄고 성적도 올랐다"고 설명했다.
9차 대회를 마치면 올 시즌이 마무리된다.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다. 절제와 훈련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만큼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그는 '휴식'보다는 '미래'를 대비하는 시간으로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153㎝, 42㎏의 자그마한 체구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대단했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선수로서 계속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 스포츠클라이밍이 2013년 IOC 총회에서 결정될 올림픽 후보 종목 중 하나라고 들었는데, 정식 종목으로 채택이 된다면 2020년 올림픽에 반드시 참가하고 싶다. 그 때 내 나이가 32세다. 지금부터 꾸준히 체력 관리를 해야 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꼭 출전하고 싶다."
문미영기자 my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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