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기행과 일탈로 많은 일화를 남긴 조선 후기 대표적 화가 최북(崔北ㆍ1712~1786?) 탄생 3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그는 산수화ㆍ메추라기를 잘 그렸고 시에도 뛰어나 삼기재 (三奇齋)로 불렸던 인물. 남종화풍 산수화에 능하여, 심사정(沈師正)과 쌍벽을 이루었다.
이번 전시회는 국립전주박물관이 지난 5~6월 개최한 특별전의 서울 순회전이지만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조금 변형했다. 산수도(山水圖)를 필두로 사계절 경치를 8개 화폭에 담은 사시팔경도(四時八景圖), 매화나무 밑에서 노니는 암수 꿩 한 쌍을 묘사한 매하쌍치도(梅下雙雉圖), 나뭇가지에 앉아 토끼를 노리는 매를 그린 호취응토도(毫鷲凝兎圖) 등 그의 작품 16건 23점이 선보인다. 당대 서화가 이광사(李匡師)와 함께 만든 화첩 탁영서첩(濯纓書帖), 제가화첩(諸家畵帖) 등 국립전주박물관 특별전에서 처음 선보였던 최북의 작품도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는 괴팍한 성격에 심한 술버릇으로 유명하다. 그가 한쪽 눈이 멀게 된 사연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누군가 그에게 그림을 요청했다가 얻지 못해 협박하려 하자 “남이 나를 버리기 전에, 내 눈이 먼저 나를 저버린다”고 송곳으로 찔렀다고 한다. 한번은 금강산 구경을 갔다가 경치에 반해 구룡연 폭포에 갑자기 뛰어들어 빠져 죽을 뻔했다는 일화도 전한다. 양반만 행세하는 조선시대에 중인 출신인 그의 몸부림으로 읽혀진다.
그의 그림들은 그의 괴팍한 기질대로 대체로 치기(稚氣)가 있는 듯하면서 소박하고 시정(詩情) 어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산수화와 화조영모화에 뛰어난 ‘최산수(崔山水)’, ‘최메추라기(崔鶉)’라고 불린 그의 명성을 확인해 볼 수 있다”며 “특히 꿩을 소재로 한 그림 두 점을 나란히 놓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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