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보호 때는 ‘버럭’ 오바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버럭’ 오바마가 됐다. 오바마는 14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에 대한 공화당의 공격을 “터무니 없다”는 표현으로 동원해 일축했다. 오바마는 재선에 성공한 뒤 이날 처음 가진 기자회견에서 화난 표정을 지으며 공화당을 향해 라이스가 아니라 자신을 공격하라며 일갈했다. 2기 집권에 성공, 자신감을 얻은 오바마의 첫 과제가 ‘라이스 구하기’로 보일 만큼 단호한 모습이었다.
기자회견에 앞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라이스의 국무장관 임명을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해서라도 막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라이스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을 견제했다. 공화당은 라이스가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피습이 무장세력의 계획적 공격이 아닌 즉흥적인 공격이라고 발언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오바마는 이날 “매케인, 그레이엄이 표적을 찾는다면 라이스가 아니라 나를 택하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또 “라이스가 국무장관 적격자로 판단되면 그를 지명하겠다”며 “(공화당이) 그를 문제 삼는 건 그가 쉬운 상대로 보이기 때문 아니냐”고 비꼬았다.
흥분한 매케인과 그레이엄은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라이스의 국무장관 임명을 막기 위해 힘이 닿는 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며 반발했다. 특히 매케인은 “대통령, 당신은 벵가지 사태 이전과 이후에 최고사령관으로서 실패했다”며 “(오바마가) 상원의원들이 라이스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사건의 심각성을 모르거나 사건을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두 의원은 벵가지 사건 조사를 위한 워터게이트식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으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오바마가 라이스 구하기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의 상원의석이 55석에 그쳐 필리버스터를 막기에는 5석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날 설전을 보도한 미국 언론들은 대선 이후 초당적 협력을 하겠다던 약속들이 선거 8일만에 깨졌다고 지적하면서 “나에게 더 이상 선거는 없다”며 소신을 강하게 밀고 나가겠다고 선언한 오바마에 불안한 시각을 표출했다.
재정절벽 등 협상이 절실한 시점에 강한 자신감은 무리수를 수반할 수 있다. 오바마는 기자회견에서 공화당과 재정절벽, 세제개혁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빅딜을 제안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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