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그룹과 CJ그룹이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추모식(19일)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CJ그룹은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추모식과 관련해 지난 6일 행사주관자인 삼성 호암재단으로부터 '가족 행사는 없다'는 내용을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이 통보문에는 ▦오전 10시30분~오후1시 삼성그룹 참배 이후 다른 그룹이 방문할 수 있지만 ▦정문으로는 출입할 수 없고 ▦호암의 생전 가옥인 선영 내 한옥도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CJ측은 공개했다.
CJ 관계자는 "추모식은 지난 24년간 한 차례 예외도 없이 가족들이 함께 참배하고 선영 내 한옥에서 식사를 함께 했다"면서 "시간대를 다르게 참배하는 것은 괜찮지만 정문 출입을 막으며 돌아가라고 하고 제수를 준비하는 한옥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장손(이재현 회장)과 맏며느리(손복남 고문)로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 동안 추모식에선 삼성 이건희 회장, CJ 이재현 회장 등이 함께 참배하고 맏며느리인 CJ 손복남 고문이 한옥에서 제수를 준비해왔다고 CJ측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선영 참배를 막은 적이 없다"면서 CJ가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삼성 측은 한옥사용 불가에 대해 "한옥은 이 회장이 영빈관으로 사용하는 개인 주거시설이다. 제수를 준비하는 곳이 아니며 제수와 제기는 삼성이 준비한다고 사전에 알려줬기 때문에 한옥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정문출입을 막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선영에 정문은 없으며 선영에서 가장 가까운 진입로를 안내한 것"이라며 "삼성 사장단도 매년 이 진입로로 출입해 왔다"고 주장했다.
호암재단 관계자는 "원래 가족들은 제사를 모시고 추모식은 회사 차원의 행사"라며 "모든 가족사와 사장들이 동일하게 미술관문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쪽을 사용하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재계에선 양측이 이런 갈등이 상속재산분쟁으로 인한 감정악화에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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