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호'가 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8월 잠비아와의 친선 경기(2-1) 이후 3개월 째 승전고를 울리지 못하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안방에서 열린 2012년 마지막 A매치에서 또 다시 일격을 당했다. 실험에 초점을 맞춘 친선 경기라고는 하지만 뒷맛이 영 개운하지 않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14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호주와의 친선 경기에서 1-2로 역전패했다. 양 팀 모두 정상 전력을 가동하지는 않았다. 특히 대표팀은 박주영(27ㆍ셀타 비고), 기성용(23ㆍ스완지시티), 이청용(24ㆍ볼턴) 등 유럽파 핵심 멤버를 전원 제외한 채 경기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불만족스러운 내용과 결과였다. 호주도 주축 선수 대부분을 제외한 채 신예들을 위주로 한 1.5군 수준의 전력이었다.
최 감독은 엔트리 발표 때 예고한 것처럼 골키퍼 정성룡(수원)을 제외한 17명 전원을 출전시키며 전술 실험에 초점을 맞췄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전반 11분 만에 이동국이 멋진 발리 슛으로 호주 골문을 열었다. 상대 오른 측면을 파고 들어간 이승기(24ㆍ광주)가 올린 크로스를 골 지역 정면에 있던 이동국이 오른발 발리 슛으로 마무리, 선제골을 터트렸다. 지난달 17일 이란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4차전(0-1)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이동국은 2개월 만의 A매치 복귀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일찌감치 터진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은 이후 실망스러운 내용을 보이며 역전패했다.
최근 절정의 컨디션을 보이던 이근호(27ㆍ울산)가 전반 27분 만에 발목 부상으로 교체되는 악재가 나오면서 공격의 활기가 잦아들었다. 풀 타임을 소화한 수비형 미드필더 박종우(23ㆍ부산)는 여러 차례 패스 미스를 범했고, 수비 가담도 기대를 밑돌았다. 중앙 수비수가 본업인 김영권(22ㆍ광저우)을 왼쪽 풀백으로 배치하고 A매치 경험이 없는 김기희와 정인환(26ㆍ인천)이 중앙에 선 수비진은 경험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반 37분 니키타 루카츠비야에 아찔한 실점 위기를 허용한 한국은 결국 전반 43분 동점골을 내줬다. 토미 오어가 미드필드 중앙을 파고 들며 스루 패스를 내주고 골 지역 왼쪽으로 침투한 루카츠비야가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하기까지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은 수수방관했다.
세트 피스 수비에 대한 취약점도 재차 드러났다. 후반 27분 한국 진영 미드필드 왼쪽에서 프리킥 크로스가 올라올 때 루카스 닐을 놓쳐 실점 위기를 맞았다. 삐걱거리던 한국 수비진은 결국 후반 42분 역전골을 내줬다. 전남에서 활약하는 수비수 코니가 문전 혼전 중 골을 터트렸다. 오프사이드가 의심되는 장면이었지만 선심의 깃발은 올라가지 않았다.
'최강희호'는 지난 2월 출범 후 매 경기 베스트 11에 변화를 주며 '최적의 시스템'찾기에 골몰해 왔다. 그러나 가시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여전히 실험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호주전에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실험 결과는 없었다.
화성=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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