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스캔들로 사임한 퍼트레이어스 미 CIA 국장에 이어 존 앨런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사령관도 추문에 휘말렸다. 앨런은 아프간 전쟁 지휘권을 퍼트레이어스에게서 물려받았다. 흔히 '전쟁 영웅'으로 추켜세우는 해외 원정군 사령관이 잇달아 스캔들로 추락하는 것은 희한한 일이다. 게다가 그저 분별없는 애정 행각이 드러났다고 보기엔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
■의혹의 중심은 퍼트레이어스와 전기(傳記)작가 폴라 브로드웰의 '부적절한 관계'를 FBI가 인지하는 단서를 제공했다는 여인 질 켈리(37)다. 그는 브로드웰이 익명으로 퍼트레이어스에게서 떨어지라는 '협박성 이메일'을 보낸 것을 FBI에 제보, 스캔들 폭로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런데 그는 신분이 모호하다. 공식적으로는 플로리다의 미 중부사령부에서 군과 지역사회의 민사 연락 업무를 자원 봉사로 맡았다고 한다.
■그러나 언론에 따르면 켈리는 군과 지역사회가 어울리는 사교계 여인이다. 또 FBI의 친구에게 제보한 브로드웰의 협박성 메일은 실제 별 것 아닌 내용이다. 그런데도 FBI는 광범한 이메일 추적으로 퍼트레이어스와의 관계를 밝혀냈다. 이에 따라 켈리는 FBI의 정치성 짙은 군 사찰(査察)에 끄나풀 역할을 했으리라는 추측이다. FBI가 대통령 주변 등 정ㆍ관계를 무차별 사찰한 전력(前歷)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오바마 대통령과 군, CIA의 관계다. 오바마는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 종식을 공약했으나, 군과 CIA 수뇌부의 이견으로 차질을 빚었다. 2010년에는 아프간 철군 일정을 놓고 공개 반발한 맥크리스텔 사령관을 퍼트레이어스로 전격 교체했으나 그도 대통령과 갈등을 보였다. 그런 그를 CIA 국장에 임명한 것은 전쟁 영웅 명성을 업고 강력한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재선으로 힘을 얻은 오바마는 맨 먼저 보수적인 군과 CIA를 손보는 일에 착수했다. 그런 만큼 대외 정책 행보도 달라진 것이란 전망이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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