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열리는 프랑스 도로 일주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는 올해로 11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최고의 대회이다. 매년 7월이 되면 결승 스테이지가 열리는 파리 샹제리제 거리에는 100만 이상의 관중이 운집할 정도로 큰 인기를 자랑한다.
이렇듯 유럽 내에서 큰 인기를 자랑하는 사이클 종목에서 한국 여자 사이클 선수가 최초로 유럽 무대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여자사이클 도로 간판인 구성은(28ㆍ대구체육회)이 유럽 최고 명문 팀 중 하나인 ORICA-AIS에 입단할 예정이다.
운동 선수 꿈꾸던 소녀, 사이클과의 우연한 만남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구성은은 대구 동부중 1학년 때 교기였던 사이클 담당 교사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 선수가 꿈이었다. 사이클을 타면서 순간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지만 '힘들어서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을 정도로 즐겁게 운동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구성은은 18세의 나이에 2002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무려 5관왕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어 같은 해에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도 포인트 경기와 스크래치 경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이름을 알렸다.
2003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스크래치 경기에서 금메달, 이듬해에 열린 트랙 월드컵 스크래치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계속해서 성장해 나갔고, 2007년 세계B선수권대회 개인도로에서 동메달과 도로 독주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조금씩 세계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좌절과 시련이 만들어낸 승부근성
잘 나가던 구성은은 유독 큰 대회에서 시련을 겪었다. 부푼 꿈을 안고 출전한 2008 베이징올림픽 개인도로 경기에서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낙차 사고를 당해 기권해야 했다. "오르막 코스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조금씩 몸 싸움이 있었는데 그만 페달이 빠지고 말았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4년 후 심기일전했지만 이번에도 또 한번 불운에 울어야 했다. 지난 5월 중국에서 열린 올림픽 출전권이 열린 대회에서 이번에는 결승선 300m를 앞두고 오른 손가락 중지가 부러졌다. 그는 "당시 결승선이 얼마 남지 않은 곳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손가락 마디가 조각나는 큰 부상을 당해 한국으로 바로 와서 수술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실망감이 컸지만 구성은은 좌절하지 않았고 수술 후 불과 다섯 달 만에 출전한 전국체육대회 개인도로경기에서 우승하는 놀라운 승부 근성을 발휘했다. 그는 "사실 트랙 종목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서 마음을 비우자고 생각했는데 경기를 하다 보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8년 만에 이룬 꿈…ORICA-AIS 입단
구성은은 국내외 대회에서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었지만 세계 프로 무대에 진출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2004년 3개월간 머물렀던 스위스에서 유럽 선수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이런 곳에서 뛰고 싶다"는 꿈을 처음으로 꿨다. 국내외 대회에서 두각을 보인 그는 대한사이클연맹과 세계사이클연맹의 협력 하에 선수 육성 차원에서 유럽 명문 팀에 입단하게 됐다. 대한사이클연맹은 구성은의 유럽 진출이 시초가 돼 한국 사이클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성은이 입단할 예정인 ORICA-AIS는 세계사이클연맹(UCI) 올해 랭킹에서 세계 3위에 올라있는 강팀이다. 2012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에서 2위에 올랐고, 팀의 간판 주디스 아른트(36ㆍ독일)는 올해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도로 독주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구성은은 "내 우상이었던 아른트를 비롯해 세계 유명 선수들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 "힘들게 기회를 얻은 만큼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유럽에서 쌓은 경험을 통해 2014 인천아시아게임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구성은은 15일 오전 11시 LS용산타워에서 구자열 대한사이클연맹 회장과 게리 라이언 ORICA-AIS 대표 등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공식 입단식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내년 1월 호주로 출국해 선수들과 전지 훈련을 한 뒤 2월 이탈리아로 넘어가 대회에 참가한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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