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판이 바뀌는 한반도 주변 질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판이 바뀌는 한반도 주변 질서

입력
2012.11.14 11:42
0 0

한반도 정세에 가장 영향력을 크게 미치는 두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다. G2 국가인 두 나라는 한국전쟁에서 직접 대결했고 정전협정 체결의 당사자로 참여했다. 지금도 휴전선을 경계로 한미동맹과 북중동맹이 치열한 열점을 형성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과 중국은 자동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동맹조약, 우호협조조약을 유지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구조는 미ㆍ중 패권경쟁이라는 상부구조와 남북갈등과 협력이라는 하위구조가 상호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갈등과 협력구조로 이뤄져 있다.

한반도 복합구조에서 갈등을 증폭시키는 촉매역할을 하는 것은 '북한문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등 이른바 북한문제의 상당부분은 '중국문제'와 연결돼 있다. 때론 북한문제가 중국문제에 대비하는 빌미로 활용되는 측면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서 미국이 미사일방어(MD)체제를 구축하지만 실질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이 개발하는 대량살상무기는 그들의 생존을 위한 것이지만 결국은 맹방인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한을 껴안고 가는 것은 급변사태 등으로 북한이 붕괴하는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이 붕괴돼 미국의 영향력이 중국국경까지 미치는 것보다는 핵을 가진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러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감안해 본다면 우리가 미국의 대선과 중국의 권력교체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고, 중국에서는 5세대 시진핑 체제로 권력이양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 새 지도부의 대북정책은 당분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관심은 미국 오바마 2기 행정부가 펼칠 대북정책에 있다. 오바마 1기는 이명박 정부의 '기다리는 전략'에 공조하면서 '전략적 인내'로 일관했다. 민주당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인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보다 더 강경한 대북정책을 편 데는 북한의 책임이 크다.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구체화하기도 전에 북한이 장거리 로켓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하여 미국의 강경정책을 자초했다. 당시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건강이 악화된 가운데 붕괴론이 다시 부각하자 미국 등 외부세계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체제유지 차원의 무리수를 연이어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의 유고를 급변사태와 동일시한 이명박 정부는 북핵해결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기다리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김정일의 건강상태가 오래 버티지 못할 정도라고 판단한 이명박 정부는 김정일이 사망하면 핵문제를 비롯해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보고 제재와 함께 기다리는 전략을 폈던 것이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미국도 전략적 인내로 공동보조를 취하는 동안 북한의 핵능력은 향상되고 헌법에 핵보유국의 지위를 명문화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은 북미관계를 정상화하는 것보다는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북한의 핵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방치'하면서까지 '무책임한 인내'를 지속했는지도 모른다.

김정은 체제도 북미 적대관계 해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로 핵활동의 잠정 중단과 영양지원을 맞교환하기로 한 2ㆍ29합의가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권력승계가 마무리 되고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됐기 때문에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연말 대선에서 한국의 새 정부가 결정되면 일본을 제외한 한반도 주변국의 권력교체가 마무리된다. 새해부터는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양자 또는 다자대화를 본격화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다. 이제 한국이 갈등해결의 선도자 역할을 해야 한다. 오바마 1기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한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미국 등 주변 국가들도 움직이지 않는다. 한국이 판이 바뀌고 있는 동북아질서에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나서야 우리가 바라는 새 질서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