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보형물을 제조하거나 밀수입해 수도권 일대 병원 100여 곳에 판매한 일당이 최근 적발됐다. 이들은 2002년 초부터 올해 11월까지 공업용 실리콘으로 보형물을 만들어 성형외과, 비뇨기과 등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허가 받지 않은 실리콘 겔 인공유방, 보툴리눔(보톡스), 필러 등을 중국에서 밀수입한 후 식약청에서 허가받은 제품으로 속여 병원에 납품했다고 한다.
이들이 불법 제조한 보형물에서는 페인트나 창문 코팅제 원료로 사용되는 화학물이 검출됐는데 이런 성분은 피부를 괴사시키거나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같은 불법 보형물 문제는 이번만이 아니다. 2011년 연말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프랑스 PIP사의 발암성 실리콘 유방보형물이 국내서도 시술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소규모 영세 의료기기 수입업자들이 외국서 들여온 것을 의사 자신도 모르게 썼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 미국의 다우코닝이 피막이 없는 실리콘 유방보형물을 썼다가 부작용이 생기자 천문학적인 배상을 했고 이로 인해 이 회사는 망했다.
1992년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실리콘젤 재질의 유방보형물이 인체에 부적합하다고 판단, 판매를 금지시켰으나 2007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다시 피막을 입힌 실리콘젤 보형물을 허가했다.
이것이 요즘 소위 말하는 코헤시브젤 보형물(일명 코젤)이다. 모양새가 촉감이 과거의 것과 현저하게 개선됐고 실리콘 분자구조가 개선돼 웬만한 압력을 입어도 잘 터지지 않는 특성을 지녔다.
그러나 제 아무리 코젤이 보건당국에서 허가한 보형물이라고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선 성형외과에서는 가슴확대에 사용하는 실리콘젤 보형물에 대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 결과 2011년에만 가슴성형 보형물에 대한 부작용에 대한 신고가 428건에 달했다. 그 중 39.1%인 167건은 보형물이 파열된 것이고, 30.1%는 보형물이 새거나 쭈그러들었다. 22.9%는 보형물을 넣은 후 가슴이 딱딱하게 굳는 구형구축 현상을 보였다. 부작용이 있다고 밝힌 10명 중 7명에게서 보형물이 파열되거나 새는 현상을 보인 것이다.
실제 신고건수는 발생건수 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적지 않은 환자가 가슴성형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전문가의 연구에서도 가장 인체친화적이라는 코헤시브겔백도 10년이 지나면 약40%에서 보형물이 파열되거나 새는 문제점을 드러내 코헤시브젤백을 제거하거나 재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2011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실리콘젤보형물을 사용한 여성의 20~40%가 가슴성형에 사용하는 실리콘 보형물을 8~10년에 한번은 제거하거나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FDA는 이와 함께 실리콘막(생리식염수)이나 실리콘젤 인공유방을 사용한 사람과 희귀암인 역형성대세포림프종(ALCL)의 잠재적 연관성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내외로 보형물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식약청도 안전하다고 수입을 허가한 보형물에 대해 이례적으로 "유방성형을 위해 삽입되는 유방보형물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를 발견한 의료진이나 환자는 신속히 조치하고 식약청에 부작용 보고를 해주기 바란다"는 '의료기기 안전성 서한'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성형의료계가 추산하는 국내서 가슴확대에 쓰이는 보형물은 연간 3만개 이상.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사용하는 보형물 이지만 식약청은 "수술 후 3년마다 한 번씩 유방보형물에 대해 MRI(자기공명영상촬영)를 받을 것"을 권고할 뿐이다. 하지만 10년, 20년 후에도 안전한 가슴성형 방법을 선택하려면 보형물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국내서 한 해에 이뤄지는 가슴확대 시술만 해도 연간 3만건. 더욱이 유방보형물의 부작용이 부각된 지 얼마되지 않아 향후 발암성 유방보형물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여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처럼 유해한 보형물로부터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만족할 성형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배나 허벅지에 있는 지방을 빼서 가슴에 이식하는 '자가 미세지방이식술' 밖에 없다. 현재 아무리 좋은 유방보형물이라 한들 이를 이용해 가슴성형수술을 한 경우 유방의 혈액순환이 저해되고 보형물 주위의 가슴조직이 괴사 또는 석회화될 수 있다.
유방조직이 보형물을 이물질로 간주하고 공격하기 때문에 인체거부반응이 심해지고 보형물 및 식염수백 인근에 염증이 생겼다 소멸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보형물 주위 유방조직이 단단해지는 '구축' 현상도 흔하게 나타난다.
미적으로나 촉감으로도 보형물을 이용한 가슴성형은 한계가 있다. 생리식염수백이나 코헤시브젤백을 써서 가슴성형을 하면 아무래도 모양이나 촉감이 인공적이어서 성형 수술한 티가 난다. 반면 지방 및 줄기세포를 이식해 유방을 키우면 이물감이 없고 모양이나 촉감이 자연스러워 시술 받은 여성들의 이런저런 불만을 피할 수 있다.
결국 실리콘 보형물이 몸 안에 남아 있으면 그 기간에 비례해 합병증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내용을 자꾸 강조하면 경쟁 성형외과들이 견제하고 공격하기 일쑤다.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으려 한다.
보형물 삽입으로 문제가 생겼다면 속히 원인과 실태를 파악하고 환자가 원할 경우 보형물을 제거한 뒤 자가 미세지방이식으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주는 시술이 필요하다. 추출한 지방세포에는 줄기세포 역할을 하는 세포도 섞여 있으므로 유방에 지방조직이 생착할 확률은 높아진다. 필자의 임상 경험으로는 60~7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강태조 유진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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