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검경 이중수사 사태가 발생하자 국무총리까지 나서 엄포성 훈수를 뒀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었다. "수사 갈등으로 인해 국민들께서 우려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는 13일 김황식 국무총리의 말에, 검찰은 마지못한듯 수사협의회 개최를 경찰에 제안했고 경찰도 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양측의 근본적인 갈등의 골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정권 말기 갈등 조정력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검경 양측의 속내는 여전히 '독자 노선'이다. 대검 관계자는 "총리까지 나서서 중재를 하니 경찰에 수사협의회를 제안했지만, 이미 시작한 특임검사의 수사를 접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 역시 '특임검사는 특임검사대로, 우리는 우리대로'라는 입장이 확고하다.
김 총리 발언 직후 경찰 관계자는 "특임검사팀과 경찰의 수사가 겹치는 교집합 부분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수사할 수 없게 된 것"이라며 한 발짝 물러섰지만, 자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김 검사의 추가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선 경찰관들이 16일 세종시의 한 농원에 모여 '현장 경찰관 현안 긴급토론회'를 열고 이번 사태와 관련한 밤샘 끝장토론을 벌이기로 해 주목된다. 경찰 관계자는 "비리 검사 수사를 할 수 없는지, 현재의 이중수사 상황이 왜 부당한지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이중 수사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검사 비리 의혹 수사를 둘러싼 두 기관의 갈등으로 비치지만,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가 닿는다. 검경은 지난해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정부는 마땅한 조정안을 내놓지 못했다. 당시 국무총리실은 '경찰의 내사 권한을 보장하되 검찰의 사후 지휘를 받도록 한다'는 어정쩡한 내용의 대통령령을 만들었고, 이후 검경 양측은 '내사'의 개념을 놓고 해석을 달리하며 사사건건 대립했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 이후 꾸려진 수사제도 개선방안 논의기구인 검경 수사협의회도 이제껏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양측은 피의자 호송ㆍ인치인력 재조정 문제를 놓고 올해 4, 5차례나 협상을 벌였지만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총리실 중재로 넘어갔다.
이처럼 이중 수사 사태에는 수사권 분쟁의 불씨를 남겨둔 정부의 탓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자는 수사 구조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아 이런 상황이 재발한 것"이라며 "김 총리의 발언은 해소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수사해서 검찰에 송치할 때까지는 검찰이 간섭할 수 없도록 해 검경이 수사의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탁종연 한남대 경찰행정과 교수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검찰 비리에 관련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독자 수사권을 갖도록 하는 예외 규정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탁 교수는 "이번 파문으로 검찰의 권력 남용에 대해 현실적으로는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검찰개혁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