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 내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던 한국인 지배인이 자신을 해고한 미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한국 법원은 군사 이슈 등 주권 행사와 관련된 사건이 아닌 경우 국내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 통상의 민사사건과 같이 심리해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 정종관)는 미 육군 및 공군 교역처 산하 A 피자코너 지배인으로 근무했던 김모씨가 "부적법한 절차로 해고당했다"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본안 판단에 앞서 한국인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한국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먼저 살펴봤다.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외국의 사법적 행위가 군사행위 등 주권 활동에 속해 대한민국의 재판권 행사 자체가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 법원이 해당 국가를 피고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김씨에 대한 미국의 해고 행위는 국가가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행하는 사법적 행위일 뿐 미국의 주권 활동과 관련성이 밀접하지 않아 국내 법원에 재판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권 행사 관계가 정리되자 김씨 해고의 적법성 여부는 쉽게 결론이 났다. 재판부는 "김씨가 상급자에 대한 허위사실이 기재된 탄원서를 돌리고 정직 처분을 받은 후에도 이 같은 행위를 계속해 '주한미군에 고용된 내국인의 해고 등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해고를 예고하고 소명할 기회를 주는 등 절차상 위법도 없어 김씨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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