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토지수용으로 농사를 포기하고 장사를 시작했는데 기업형 슈퍼마켓이 몰려와 쪽박 나게 생겼습니다" 세종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임모(49)씨는 요즘 들어 장사가 시원치 않아 한숨이 늘었다. 중앙부처의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속속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세종시와 지역 중소 상인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첫마을 2단계 상가 내에 GS 슈퍼마켓이 영업을 시작했다.
다음 달에는 첫마을 1단계 단지 내에 이마트 에브리데이, 내년 2월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내년 말에는 이마트가 들어서 모두 5개의 SSM과 대형마트가 운영될 예정이다. 입점을 타진 중인 롯데슈퍼도 내년 개점이 유력한 상황이다.
SSM의 세종시 진출 러시는 2014년까지 정부부처 이전이 마무리되면 대형마트와 SSM 이용이 익숙한 서울과 수도권 인구의 전입이 급격하게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가맹점 형태로 운영하는 이들 SSM들은 매장규모가 대부분 250∼660㎡로 지역 중소상인들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의 규모를 압도하고 있다. 또한 품목도 다양하게 구비해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상인들의 소규모 점포는 고사위기에 처했다.
SSM이 밀집한 첫마을 1, 2단계 입주민은 고작 1만8,000여명 수준인 반면 주민이 운영하는 소규모 점포가 8곳에 달해 이미 포화 상태다.
게다가 세종시 전체 인구수가 겨우 11만명을 넘어섰고 조치원읍 등 시내권 인구는 5만명 미만으로 인구수에 비해 SSM 점포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 지역중소상인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SSM은 대기업의 가맹점 형태로 운영돼 입점을 제한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어 지역상인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첫마을 1,2 단계지역의 경우 가장 가까운 전통시장인 금남대평시장과도 거리가 2.7㎞ 이상 떨어져 대규모 점포의 출점을 금지하고 있는 '세종시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및 중대규모 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도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역상인들은 최근 GS 슈퍼와 이마트 에브리데이에 대해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소기업청은 SSM이 대기업 직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가맹 계약을 맺은 개별사업자이기 때문에 입점을 제한할 만한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민병철(47)씨는 "인구가 적은데도 신생도시에서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중소상인들의 피해가 큰데도 법적으로 호소할 방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SSM에 대해 법적 제재를 할 수 없어 중소상인의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소상공인들과 상생 발전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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