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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삶 선택한 피아니스트, 나와 닮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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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삶 선택한 피아니스트, 나와 닮았죠"

입력
2012.11.1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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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마니아보다 클래식 음악 팬이 더 귀를 쫑긋 세울 신작 연극 소식이다. 이민선에 버려져 배 위에서 연주하며 평생을 산 천재 피아니스트 노베첸토의 삶을 그린 연극 '노베첸토'(연출 김제민)가 28일부터 12월 2일까지 서울 대학로 소극장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된다. 이탈리아 원작으로 노베첸토를 곁에서 지켜 본 맥스(조판수 분)가 주인공이다.

1인극이지만 출연자가 한 명 더 있다. 피아니스트 박종화(38)씨가 극 흐름에 맞게 직접 선곡한 라흐마니노프의 연주곡 등을 30분 가량 연주한다.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 연주자가 클래식 전용홀이 아닌 60석 남짓한 지하 소극장 연극 무대에 서는 일은 흔치 않다. 음악 애호가에게는 일종의 살롱 콘서트를 일반 음악회의 절반 이하 가격(2만원)으로 체험할 기회인 셈이다.

12일 만난 박씨는 "내 인생을 닮은 이야기에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바이올린 연주자만 해도 피아노 반주자와 함께 무대에 서지만 피아니스트는 철저히 혼자죠. 노베첸토처럼 바다 위에 떠 있지는 않아도 때로 피아니스트로서의 생활과 사회 구성원의 역할 사이에서 혼란을 느낄 만큼 고립돼 있죠."

그는 특히 유랑하는 주인공이 "이방인의 삶을 선택한" 자신과 닮았다고 했다. 박씨는 일본 도쿄 음대 영재학교, 서울 선화예중,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 이탈리아 코모, 스페인 마드리드 소피아 왕립 음악원, 독일 뮌헨 음대 최고 연주자 과정 등을 거쳤다.

"일본에 간 것은 아버지의 직장 때문이었지만 그 후의 외국 생활은 모두 저의 선택이었죠. 이방인으로서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익히면서 인생의 지혜도 배울 수 있었으니까."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유럽을 주무대로 활동하던 박씨는 2007년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거주지를 파리에서 다시 서울로 옮겼다. "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이방인 같은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고 싶어" 이후 계속 한국에 머물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첫 앨범 'Heroes'를 발매하고 독주회를 열었다. 자신의 영웅인 라흐마니노프의 명곡과 호로비츠가 편곡한 음악을 담았다. "클래식 황금기에 자기만의 독특한 색채를 나타낸 음악가들이고 러시아를 떠나 미국에 정착한 예술가라는 점에서 내가 이끈 삶과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에서다.

박씨는 "내 식구에게 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큰 법인지 2007년 귀국 초기 느꼈던 고국에 돌아온 편안함은 온데간데없고 연주회가 잡히면 긴장되는 마음이 커진다"며 "한국을 기반으로 국제적인 활동이 가능한 예술가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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