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잔치 시절의 추억이 아직 생생하다. 프로농구가 탄생하기 전, 대학과 실업 팀이 총출동해 코트의 최강자를 가리는 농구대잔치는 명실상부한 겨울 스포츠의 꽃이었다. 대학팀이 전국적인 인기 팀으로 부상하는 기현상도 발생했다. 대학 농구 스타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환호하던 여중고생들을 지칭하는 '오빠 부대'는 농구대잔치 전성기에 만들어진 신조어다.
농구대잔치 전성기의 스타들은 대부분 은퇴했지만 여전히 코트를 지키고 있는 베테랑들도 있다. 연세대 최강 시절을 이끌었던 서장훈(38ㆍKT), '자줏빛 군단' 경희대 돌풍을 주도했던 김성철(36ㆍKGC) 등이 대표적인 농구대잔치 시절의 스타들이다.
프로농구 출범과 함께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대학 농구가 존재감을 확인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오는 28일부터 고양체육관에서 열리는 2012 KB 국민카드 프로-아마 농구 최강전은 농구대잔치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대회로 관심을 받고 있다.
대회 방식은 프로농구 출범 이전의 농구대잔치 방식과 동일하다. 10개 프로 구단은 외국인 선수를 출전시킬 수 없다. 여기에 7개 대학 팀과 상무가 도전한다. 16강 토너먼트로 우승 팀을 가린다. 관록을 앞세운 프로 팀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일부 아마 팀의 경우 파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전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단판 승부라는 변수가 있고 프로 팀의 경우 정규 시즌을 대비해 전력 투구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학 농구 관계자는 "귀화 혼혈 선수가 있는 팀을 제외하면 대학 팀을 만만히 볼 수 있는 프로 구단은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프로 구단 관계자들도 "이겨봐야 본전이다. 포스트가 강한 일부 팀들은 외국인 선수 없이 맞서기 부담스러운 전력을 지녔다"고 '대학세'의 패기를 경계하고 있다.
프로 팀들이 가장 꺼리는 '아우'들로는 경희대와 고려대가 꼽힌다.
최부영 감독이 이끄는 경희대는 대학리그 2연패를 달성한 저력이 빛난다. 대학리그 MVP를 두 시즌 연속 차지한 김민구(191㎝)를 비롯, 두경민(183㎝), 김종규(207㎝) 등은 프로 구단으로부터 지명 1순위로 꼽히는 재능들이다. 경희대는 16강전에서 전자랜드와 맞붙는다.
고려대도 경희대에 못지않게 부담스런 상대다. '고교생 태극 마크'의 주역 이종현(18ㆍ206㎝)의 존재 때문이다. 연세대는 1993~94 시즌 농구대잔치에서 대학 팀 최초로 정상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입학한 1학년생 센터 서장훈의 골 밑 장악력에 힘입은 바 컸다. 서장훈은 성인 무대 데뷔 시즌이었지만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위력을 뽐냈다. 경복고 재학 중 대표팀에 선발된 이종현이 서장훈에 버금가는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하는 농구 관계자들이 많다. 공교롭게도 이종현의 고려대는 1회전에서 서장훈이 버티는 KT와 격돌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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