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가에서 환율 하락의 최대 수혜주로 꼽는 업체는 포스코다. 철광석, 원료탄 등 원자재 수입이 많은 포스코는 환율이 하락하면 그만큼 이익이 난다. 물론 철강제품 수출에선 손해를 보겠지만, 원자재 수입량과 내수판매량 등을 감안하면 환율이 10원 내릴 때마다 연간 증가하는 영업이익이 무려 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포스코는 올해 최대 수요처인 조선과 건설경기 부진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나마 환율이 구세주가 됐다는 평가다. 환율은 철강업계 전체에 단비가 되고 있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통상 ‘유틸리티주’라 불리는 전력ㆍ가스 업체들도 원료인 원유와 가스, 석탄 등을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는데다, 외화 부채가 많기 때문에 원화 강세에 큰 혜택을 보고 있다. 시장에선 한국전력의 연료비 중 연간 20조원 가량이 환율의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사들도 환율하락에 웃고 있다. 원료인 기름값이 낮아지고, 달러화로 지급하는 항공기 리스료가 절약되기 때문이다. 항공기를 들여 올 때 대규모 외화 부채를 지게 되는데 환율이 떨어지면 외화환산 이익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환율이 내려가면 해외여행객도 증가, 운수수입에도 플러스가 된다. 업계에선 연간 환율이 10원 내려가면 대한항공 2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87억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항공사들은 환율하락이 본격화된 3분기 이후 실적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업계 분위기를 반영하듯 원화 강세가 지속됐던 10월 주식시장에선 모두투어(21.54%), 대한항공(2.94%), 하나투어(0.99%)등 항공 및 여행주들이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정작 여행업체들은 환율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환율이 떨어지는 것은 호재이지만 그보다는 경기요인이 더 중요하다. 환율이 내려가도 불황이 계속되고 있어 해외 여행 수요가 바로 증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도 환율하락 효과에 속으로는 즐거워하면서도 이를 과장하지 말라며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곡물과 원당 등 해외 원료 의존도가 높고 내수비중이 높아, 연간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바이오 등 수출 분야 손실을 제외하고도 30억원 정도의 이익이 난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올해 미국의 이상기후로 인해 애그플레이션이 발생, 밀, 대두,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크게 뛰었기 때문에, 환율 하락은 원가 부담을 일정 부분 상쇄하는 효과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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