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의 외환관리부는 최근 24시간 모니터링 체제 강화로 쉴 틈이 없다. 한시라도 한눈을 팔 경우 환율 하락 움직임에 재빠르게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5~80%에 달해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이 2,000억원 가량이 줄어든다. 2,000만원 짜리 아반테의 수출 물량이 1만대가 감소한다는 얘기다. 이 회사 외환관리 담당자는 “환율하락기인 만큼 달러를 많이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리스크다. 가급적 외화예금은 보유하지 않고 있다. 연 말환율이 1,080원 정도에서 버텨줘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출에 의존하는 업종과 기업들은 최근 원ㆍ달러환율 하락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부진에다, 환율하락으로 이익이 줄어드는 이중고인 상태다.
삼성전자도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영업이익이 연간 3,000억 원 가량 줄어든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결제통화 다변화를 통해 환 리스크를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 변동이 늘 있기 때문에 단기적 대응보다는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통해 경영 체질을 개선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판매하면서 통화결제수단을 유로화, 위안화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현대차도 환율을 언제든 위기에 빠뜨릴 변수 중 하나로 보고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내년 원ㆍ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더 하락하는 것을 전제로 경영계획을 수립 중인데, 이와 관련해 정몽구 회장은 지난달 말 해외 경영전략회의에서 “환율압박에 버티기 위해 해외 공장을 100% 가동하고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라”고 강조했다.
생산물량을 거의 100% 수출하는 조선업계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은 이런 환위험 회피를 위해 외화의 50~80%가량을 선물환 등으로 헤지해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금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공정에 따라 지불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위험회피는 가능하다. 하지만 워낙 큰 금액이 오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환변동 위험은 크다”고 말했다.
화학업계 역시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금호석유화학도 환율 변동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하던 판매전략회의를 한 달 전부터 2~3일에 한 번씩으로 늘렸고, 대표이사급이 참석하는 비상경영 회의도 올 초부터 매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료구매와 판매전략에 대해 CEO가 배석한 회의에서 시시때때로 상황을 점검하고 전략을 세워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며“하지만 환율하락이 지속될 경우 수출 가격 경쟁력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