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된 우리의 호국훈련을 '대규모 북침전쟁연습'이라 연일 비난하며 긴장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는 최근 기강해이가 심각한 북한 군 통제용이자 동시에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북한은 언제나 자신들의 침략야욕은 뒤로 감추고 우리의 정당한 방어적 군사훈련을 '북침예행연습'이니 '호전적 도발'등으로 매도하면서 비방해왔다. 이번 호국훈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통일평화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자신들이 자행한 천안함, 연평도 도발 등에 대비하는 호국훈련을 '남북평화를 파괴하는 호전세력'이라고 시비를 걸면서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것은 어불성설이자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황당한 것은 뒤이은 이른바 우리쪽 일부 종북세력의 맞장구치기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더니 그들의 박수소리를 듣고 있자니 내가 사는 이 땅이 정말 대한민국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필자가 관심을 갖고 파악해본 일련의 과정은 이렇다.
북측의 성명이 나간 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지난달 30일 범민련 남측본부 게시판에 '제2의 연평도 포격전 부르는 호국훈련'제하의 글이 게재됐다. 북한 편들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이 북한 자극을 내세우며 호국훈련을 반대하는 것은 북한이 휴전이후 정전협정을 위반한 주요 도발사례가 221차례나 되는 실상을 외면한 것이다. 영토주권을 포기하고 평화 운운하며 우리 스스로 무장해제하자는 말과 같다. 논리성이 한참 떨어진다.
범민련 남측본부의 주장은 이적성 논란에 휩싸였으나, 대한민국의 안보, 국방정책에 대해 비판 논조를 보이고 있는 인터넷신문 '자주민보'에 당시 그대로 게재됐고, 이달 1일에는 조국통일 범민족본부, 북측, 남측, 해외 3자가 동시다발적으로 호국훈련에 대한 비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남측본부는 이에 더해 직접 국방부 청사 앞으로 달려가 시위를 하며 국군 정신전력 교재인 을 거론하면서 북한군과 노동당을 주적으로 규정한 것을 비판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효화를 주장했다.
이런 일련의 진행상황을 들여다보면 뭔가 개운치 않다. 북한당국의 입장표명, 이에 대한 남측 일부 종북 단체의 지지, 진보성향 매체의 도를 넘어선 보도, 일부 종북 세력의 행동개시라는 순서가 이상하지 않나. 조직적이고 신속하게 대한민국에 반대하는 행위들이 눈에 거슬린다.
'자주민보'는 "지금처럼 대화와 협상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이 전면전까지 경고하고 있는 때 충돌 위험이 큰 전쟁훈련을 한다면 자칫 심각한 상황까지 유발할 수 있고, 한미 군사당국은 지금이라도 훈련을 중단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우리쪽에 돌리고 평화를 위한 훈수와 훈계까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내부의 적 한명이 외부에서 대치하고 있는 적 수 만 명보다 더 위험할 수가 있다는 사실은 고금의 역사적 사실에서 확인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난 반세기 이상 동안 국가위해세력을 차단하기 위해 국가보안법 등 관련 법을 만들어 대한민국을 지켜왔다.
현재 대한민국의 심리적 안보지수는 제로에 가깝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내부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의 위선을 꿰뚫어보고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영옥 경기대교수ㆍ국가보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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