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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선거는 역시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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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선거는 역시 후보다

입력
2012.11.1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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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후보다. 정책이 없어도 선거는 치를 수 있고 이미지가 나빠도 어떻게든 선거를 해 볼 수는 있으나 후보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선거다.

지금 야권에는 두 명의 후보가 있다. 이제 열흘 남짓 후면 문재인, 안철수 둘 중 한 명이 야권 단일후보가 되고 한 명은 선거판에서 사라지겠지만 후보로 예정돼 있는 것과 후보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후보가 두 명 이상인 상태는 따지고 보면 후보가 없는 상태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후보가 없으므로 확정된 정책도 확정된 이미지도 확정된 선거 전략도 없다. 말하자면 선거가 없는 것이다. 이번 대선이 역대 선거에 비해 유독 정책선거가 실종되고, TV토론이 없고, 결과적으로 후보 간 변별력이 거의 없는 선거로 치러지고 있다는 대다수 전문가들과 언론의 평은 그런 의미에서 적절하고 정당하다.

야권이 능력부족으로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 답답한 쪽은 야권이지 여권이 아니다. 그러나 만약 야권이 단일화 효과를 전략적으로 노리고 행보한 결과, 아직 후보가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라면, 그리하여 얼마 안 있어 야권에 단일화 효과에 편승한 위력적인 후보가 등장할 것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라면 답답한 쪽은 여당이다. 선거에 후보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없는데 이미 석 달 전에 후보로 결정돼 더 이상 신선하기 어려운 박근혜에게 단일화 효과라는 상승세를 타고 극적으로 나타날 신선한 야권단일후보의 등장은 그 자체로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이 뻔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가 이에 맞대응할 수단도,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단일화의 위력은 지지층 더하기와 중간층 끌어들이기라는 '플러스 알파'에서 나오는 것인데 박근혜에게는 한표 한표 모으는 것 말고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낼 극적 이벤트의 소재가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 평론가들과 정치권 선수들이 단일화 국면으로 접어든 이번 대선이 박근혜보다는 야권 단일후보에게 다소나마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다.

그러나 나는 게임은 이제부터라고 생각한다. 단일화를 통해 문재인과 안철수가 자신들이 기록하고 있는 지금의 지지율을 훌쩍 뛰어넘어 40%대의 지지율로 단숨에 뛰어 오를 것이 분명하지만, 그런 면에서 누가 되든 일정한 수준의 '플러스 알파'가 만들어 질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지지자들이 이탈자 하나 없이 완벽하게 다시 모일 것이라고 생각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많든 적든 이탈자의 발생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들의 단일화가 아름다운 담판보다는 치열한 단일화 게임의 결과로 이루어질 경우, 그 단일화에 감동해 움직일 중간층의 존재도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반면에 오랜 대세론 때문에 다소 방만하고 느슨하게 모여 있던 박근혜 지지층이 막상 야권후보의 단일화가 가시화될 경우 이에 자극받아 위기의식을 느끼고 막판 결집으로 응전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대구·경북의 박근혜 지지율이 70%대에서 80%대로 상승하지 말란 법도 없다는 뜻이고 요동치고 있는 PK의 민심이 박근혜 쪽으로 기울지 말란 법도 없다는 뜻이다. 충청권과 강원도의 박근혜 지지표 결집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대선 승리의 가능성은 박근혜와 야권단일후보에게 모두 열려있고, 승부는 이제부터라는 뜻이다.

다시 선거의 본질로 돌아가 보자. 단일화가 영향력이 매우 큰 변수이기는 하나 선거는 여전히 후보다. 야권 단일후보에게도 박근혜에게도 단일화는 주어지는 정치적 계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승부는 여전히 두 후보의 손에 달려있다. 20여일 후의 승부는 지금부터 두 후보가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있다. 특히 이번과 같이 막판까지 불안정성이 상존하고 크고 작은 사건사고와 해프닝, 본헤드 플레이가 빈발하는 선거에서는 후보의 위기관리 능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손님실수로 이기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실수를 줄이고 진정성 있게 국민에게 다가가는 후보, 국민의 요구를 가슴에 품고 공약으로, 정책으로, 사랑으로 응답하는 후보. 선거는 바로 이런 후보에 의해 아름다운 축제로 만들어져 가는 것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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