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T는 악몽 같은 10월을 보냈다. 지난달 13일 2012~13 KB 국민카드 프로농구 개막전 홈 경기에서 고양 오리온스에 74-81로 패배한 것을 시작으로 7경기에서 1승6패의 참담한 성적에 머물렀다. 상대적으로 전력 보강이 미진했음을 고려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러나 KT는 11월 들어 일신한 면모를 보이며 중위권으로 치고 오르기 시작했다. '흙 속에서 캐낸 진주'가 분위기 반전을 이끌고 있다. 신인 가드 김현수(22ㆍ182㎝)가 그 주인공이다.
팀 관계자가 '대박'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김현수는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기본기가 잘 닦여져 있고 잠재력이 높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기대를 걸었지만 이렇게 '임팩트'있는 활약을 펼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 팀 내부의 평가다.
중앙대 졸업 예정자로 10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 나선 김현수는 2라운드 3순위로 KT에 지명됐다. 장재석(KTㆍ203㎝) 임동섭(삼성ㆍ198㎝) 유병훈(LGㆍ190㎝) 등 중앙대 동기들 가운데 지명 순위가 가장 낮다.
KT 입단 동기들 가운데서도 가장 저평가됐다. 장재석은 13일 오리온스와의 시즌 개막전 코트에 나서 10점 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성균관대 출신으로 5순위로 KT 지명을 받은 임종일(22ㆍ190㎝)도 빼어난 득점력으로 팀 안팎으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김현수를 주목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10월 드래프트 동기 가운데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KT의 상승세는 김현수의 1군 입성과 궤를 같이 한다. 2군에 머물던 김현수는 지난 1일 전자랜드와의 프로 데뷔전에서 3점슛 2개 포함, 10점 3어시스트의 깜짝 활약을 펼쳤다. 이 경기를 시작으로 김현수가 주전으로 나선 6경기에서 KT는 5승1패를 거뒀다.
김현수의 원래 포지션은 슈팅 가드다. 팀이 슬럼프에 빠진 가운데 포인트 가드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전창진 감독은 김현수를 포인트 가드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위험 가능성이 커 보였던 이 한 수가 대박으로 연결됐다.
김현수가 포인트 가드로 자리를 잡은 후 조성민, 서장훈 등 주 득점원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 슈터를 맡았던 만큼 외곽포도 만만치 않았다. 비록 패배했지만 6일 원주 동부전에서 13점을 올렸고, 11일 전자랜드전에서는 3점 슛 4개 포함 14점을 올리며 78-73 승리를 이끌었다.
'굴러 들어온 복덩이'의 만점 활약에 KT는 싱글벙글이다. 전창진 감독이 이례적으로 찬사를 쏟아내고 있을 정도다.
17일부터 시작되는 3연전은 김현수의 진정한 가치를 시험 받는 2라운드가 될 전망이다. 17일 오리온스전에서 전태풍, 21일 KGC 인삼공사전에서 김태술, 23일 서울 SK전에서 김선형과의 매치업이 기다리고 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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