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이 이달 초 실시한 사은행사에서 매출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에 가장 예민한 백화점 판매가 상승한 것을 두고 소비심리 침체가 바닥을 친 것인지, 아니면 할인행사만 성황을 이루는 새로운 불황형 소비패턴이 자리잡게 된 것인지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시중 대형백화점 3사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개점 사은 행사를 벌인 결과, 매출이 8~17%(기존 점포 기준)까지 크게 늘었다. 예년보다 일찍 추워진 날씨로 방한 용품 매출이 급증했고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이 몰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행사에서 매출이 17%늘면서 올해 처음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했다. 아웃도어(73%)와 스포츠(59%), 목도리 장갑 등 패션 잡화(62%)등이 매출신장을 주도했다. 그 동안 부진했던 패션의류도 약진해 여성패션은 22%, 남성패션은 21% 각각 증가했다. 본점에서 2~6일 연 코트ㆍ패딩 행사는 무려 18억원 어치가 팔리는 '대박'을 냈다.
현대백화점은 같은 기간 지난해보다 8.1% 매출이 늘었다. 외투와 패딩점퍼가 잘 팔려 영패션 상품군(30.8%), 아웃도어(24%), 스포츠용품(29.2%) 매출이 상승했다. 그 동안 판매가 부진했던 구두(22.1%)와 겨울용 패션소품(25.2%) 판매도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10.5% 매출이 증가하며 올해 처음 두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는데 아웃도어(82.1%), 스포츠(43.2%), 패션·잡화(19%)가 매출 신장을 견인했다. 또 신장률이 한자릿수로 떨어졌던 명품 잡화는 이번에 모처럼 두자릿수(10.3%)를 기록했다.
백화점측은 그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던 남녀 의류와 단가 높은 아웃도어 매출이 늘어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아직 확신하기에는 이른 측면은 있지만 겨울 패션용품도 잘 팔린 점을 고려하면 소비 회복의 징후로 해석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날씨 등에 따른 반짝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11월 개점행사는 사은 행사와 단가가 높은 겨울 옷 수요가 발생하는 시기가 맞물려 있어 원래부터 가장 매출이 좋은 때이기 때문이다.
특히 평상시에는 소비를 하지 않다가 세일이나 사은행사에 몰리는 불황형 소비패턴일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올 들어 세일행사 상품 매출 비중이 20.2%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섰고, 할인쿠폰 상품의 매출 비중도 지난해보다 2배 가량 늘어난 4%에 달했다. 현대백화점 미아점에서도 이달 10일부터 이틀간 남성셔츠를 3만원에 판매했는데 500매가 순식간에 완판 되는 등 소비자들은 최근 들어 할인행사에만 지갑을 여는 모습을 보여온 게 사실이다.
현대백화점 정지영 영업전략 담당상무는 "지난해에는 고온현상으로 겨울제품 매출이 부진했지만 올해는 쌀쌀한 날씨의 영향으로 겨울상품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며 "소비심리 회복 여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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