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들이 서비스나 상품에 대한 거짓피해를 신고하거나 과도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블랙 컨슈머'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다.
A항공사의 여승무원 K씨는 최근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50대 남성 승객 B씨에게 자리를 안내하다 B씨가 휘두른 주먹에 얼굴을 맞았다. K씨가 손을 펴서 좌석을 가리키다 자신을 찔렀다는 이유 때문이다. B씨는 폭언을 퍼부으며 난동을 부리다 비행기에서 내리게 되자 "승무원이 탑승권을 찢어 화가 났다"고 말을 바꿨다. 폭행을 부인하던 B씨는"승객을 맞는 K씨의 태도가 불량했다"며 항공사에 정신ㆍ금전적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여승무원 C씨는 최근 기내에서 수 차례 맥주를 달라며 과도한 신체적 접촉을 해오는 30대 승객 D씨 때문에 애를 먹었다. D씨는 먹던 기내식을 바닥에 버리며 C씨에게 욕설도 했다. D씨는 또 착륙 직전 "기내에서 돈을 잃어버렸다"며 소란을 피웠고, 도착한 뒤에도 항공사를 상대로 "분실된 돈을 배상해달라"며 난동을 부렸다.
다른 항공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한 20대 남성 승객은 기내에서 여승무원들을 상대로 '고소공포증이 있으니 안아달라',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추근거리는가 하면, 한 30대 승객은 항공사 콜센터로 열흘 동안 100차례 전화를 걸어 항공권 예약과 취소를 반복하고 여직원에게 욕설을 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12일 "심각한 수준의 블랙 컨슈머는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지만 법 적용이 쉽지 않다"며 "여객기 안전을 위해서라도 국토해양부 등에서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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