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A(25세)씨가 온라인 전용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모 생명보험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로 들어간다. 기존 상품보다 수수료가 10% 저렴하다는 광고에 끌려서다. '약관'이 적혀 있는 파일을 클릭했지만 너무 길어 대충 읽고는 빠져 나온다. 월 20만원씩 붓는다고 액수를 기입하자, 연간 예상 수익률과 원금에서 떼가는 사업비가 안내된다. 나이, 주민등록번호, 직업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자 5분도 채 안돼 가입이 완료됐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클릭 몇 번으로 설계와 가입이 가능한 온라인 생명보험 상품이 출시된다. 설계사나 텔레마케터 수수료가 포함되지 않아 보험료가 10%가량 저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불완전판매와 개인정보 누출 등에 대한 우려도 높다.
11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에 이어 한화생명, KDB생명, 현대라이프가 온라인 생명보험사 또는 온라인 사업부 신설을 준비 중이다.
가장 먼저 물꼬를 튼 곳은 교보생명. 지난달 말 온라인 자회사 'e-교보생명' 설립 예비 허가를 금융위원회에 신청했다. 한화생명도 내년 중 온라인 계열사를 만들 계획이다. 교보생명 측은 "인터넷에 친숙한 20~ 30대를 겨냥해 일정 기간 내 사망하면 보험금을 받는 정기보험이나 저축성보험, 연금저축 등 위주로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약 없이 '60~80세 안에 사망하면 보험금을 주는 정기보험' 등 조건이 간단한 상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지금처럼 약관이 길 필요도 없고 용어도 쉽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업계가 온라인 시장에 뛰어드는 건 판매채널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다. 국내 24개 생보사들의 고객모집 형태(7월 말 기준)를 보면 설계사(16.92%)와 방카슈랑스(77.95%) 의존도가 너무 높다. 반면 미국은 1990년대 말부터 온라인 상품 판매를 시작해 지금은 생보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우리도 손해보험사의 기존 자동차 다이렉트 보험처럼 온라인 특화 상품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게 생보업계의 입장이다.
하지만 불완전판매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보험연구원은 "생보사들이 상품설명 의무나 적합성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불완전판매가 늘어날 수 있고 보험료 견적과 건강검진, 계약체결 등이 인터넷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험료 10%정도 인하로는 고객 유인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기존 상품보다 보장 범위가 좁은데다 설계부터 가입, 유지, 보험금 지급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고객이 온라인에서 혼자 해내야 하므로 적어도 15~20%는 보험료가 싸게 책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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