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정보기술(IT)도 중요하지만 K팝과 싸이의 말춤도 귀하죠? 결국 모든 것은 문화로 귀착되는 거예요. 그러자면 뿌리를 알아야 하고."
"한국음악학의 초석을 마련하고 음악 전공자와 비전공자 모두 쉽게 읽을 수 있는 음악사전을 내겠다"는 노학자의 꿈이 결실을 맺었다. 한국음악학 연구에 매진해 온 송방송(70)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가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 음악문화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용어 1만 3,000여 개와 주요 인물을 정리한 2,200여 쪽 분량의 (보고사)을 펴냈다. 국악, 양악은 물론 북한음악과 민감한 음악가들의 친일문제까지 다뤄 '한겨레'라는 이름을 붙였다.
1979년 이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원고와 지난 2월 발간한 이 밑바탕이 됐다. 7일 만난 송 교수는 "32년 간의 체증을 풀어줄 결과물을 고희(古稀)에 내놓게 돼 기쁘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1978년 국립국악원장 취임 직후부터 준비한 용어사전을 1980년 출간할 계획이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이번에 빛을 보게 됐습니다. 그 덕에 설익은 원고는 30년 간 충실히 보완됐네요."
바리톤 성악가를 꿈꾸다 주변의 권유로 서울대 국악과에 진학한 그는 연주로만 존재했던 전통음악을 본격적인 학문으로 접한 1세대로서 서양음악에서 연구 방법의 힌트를 얻기 위해 유학을 떠났다. 캐나다 토론토대, 미국 웨슬리언대에서 음악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캐나다 시민권을 취득해 캐나다 맥길대 음대 조교수를 지냈다. 안락한 미래가 보장된 삶이었지만 "한국음악계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초심을 버릴 수 없었다".
1977년 말 귀국 때 "분신과도 같은" 국악 용어 종이카드 수천 장을 화물로 부치지 않고 직접 운반해 세관원의 질문 공세에 시달렸던 일화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학부 시절부터 틈틈이 모르는 국악 용어가 나올 때마다 작은 종이카드에 정리했고 습관은 유학 중에도 이어졌죠. 내 학문의 모든 게 담겼으니 화물칸에 실을 수 없었죠." 이 카드가 결국 이번에 나온 사전의 토대가 된 셈이다.
국립국악원장, 영남대 음대 학장을 지낸 그는 2008년 2월 한예종 전통예술원 교수로 정년퇴임 후 저술에 몰두해 왔다. , , , 등 총 1만 페이지 분량의 책이 모두 2009년 이후 나왔다. 하루 8~10시간씩 작업해 온 결과다.
송 교수는 "국악은 외로운 분야"라고 강조했다. "인간의 업적은 사후에 평가 받기에 독불장군이나 밉상으로 보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선대의 성과로 현 세대가 부를 누리는 게 지금 국악계 아닌가요.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에 매달릴 게 아니라 전통을 제대로 알고 우리 세대의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야 할 때죠."
그래서 그는 아직 꿈이 남았다. 을 바탕으로 자신의 사후에라도 후배들이 한국음악학의 연구 성과를 폭넓게 반영한 더 수준 높은 음악사전을 펴내기를 바란다.
"한국음악이 세계 주류가 되려면 전통을 바탕으로 해야지 서양음악만 뒤쫓는 건 아류밖에 안돼요. 학문이 그 뒷받침이 돼야 하고. 서양음악 전사가 고전주의, 낭만주의로 세분화되며 연구가 확장되듯 후배들이 좀 더 세밀한 한국음악학 연구에 동참해 주길 바랍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전수현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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