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홍 LS그룹 회장이 사촌동생인 구자열 LS전선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긴다. LS그룹을 만든 세 형제간 가족경영의 전통을 잇기 위한 결정이다. 경영권을 둘러싸고 아버지와 아들이 싸우고 친형제간에도 다투는 게 재벌가의 현실인데, 사촌끼리 아무런 잡음 없이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재계의 모범이 됐다는 평가다.
LS그룹은 구자홍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내년 1월1일부터 구자열 LS전선 회장에게 이양키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구자홍 회장은 "그룹의 본격적 도약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소임을 다했다. LS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더 역동적이고 능력 있는 경영인이 제 2의 도약을 이뤄야 할 때이며 구자열 회장이 그 최적임자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2003년 LS그룹이 LG그룹으로 분가해 설립될 때 '구자홍 회장이 10년간 경영하고 구자열 회장에게 양도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LS그룹은 LG그룹의 고 구인회 창업자의 6형제 가운데 셋째, 넷째, 다섯째인 태회ㆍ평회ㆍ두회, 이른바 '태평두(泰平斗)'세 형제 가계가 분가해 만든 그룹이다. 세 집안은 지주회사인 LS의 오너 지분 33.43%를 '4대 4대 2'로 나눠 보유하고 있으며, '사촌간 공동경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주사 산하의 LS전선, LS산전, LS니꼬동제련, LS엠트론은 이런 사촌간 공동체제이며, 예스코는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과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집안이 분할하고 있고, E1은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자손들이 맡고 있다.
구자홍 회장은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이며, 구자열 회장은 지난달 20일 별세한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큰 아들이다. LS그룹의 한 관계자는 "예로부터 동업은 형제와도 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LS는 사촌간 승계의 원칙을 이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LS의 이런 '아름다운 승계'가 인화(人和)를 강조하는 범 LG가문의 가풍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LG그룹은 구씨와 허씨 가문이 함께 창업해 공동경영을 해오다 현 LG그룹(구씨)과 GS그룹(허씨)으로 분리됐는데, 이 과정에서도 전혀 분란이 없었다. 또 형제들에 의해 LIG그룹, LG패션, 아워홈 등 소규모 계열분리가 이뤄질 때도 갈등 없이 분가가 마무리됐다.
새로운 LS그룹의 총수가 된 구자열 회장은 1978년부터 LG그룹에서 근무해오다 LS그룹 독립 이후 LS전선을 이끌어 왔다. 물러나는 구자홍 회장은 내년부터 그룹 연수원인 'LS미래원' 회장직을 맡아 인재양성에 집중하게 된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