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영광 원자력발전소 5, 6호기가 부품 위조서류 파문으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에서, 예방정비 중이던 3호기에서 제어봉 안내관 균열이 발견돼 월말로 예정된 재가동이 한 달 이상 늦춰질 전망이다. 연말까지의 정비로 안내관 균열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재가동은 더욱 늦어질 수 있다. 발전용량이 각 100만㎾인 원전 3기의 가동중단이 장기화하면, 애초 275만~540만㎾로 예상된 올 겨울 예비전력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 올 겨울 혹독하고 긴 추위가 찾아올 것이란 기상청 예보를 감안하면, 최대 전력수요가 예상치(8,018만㎾)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전력당국은 비상용 자가발전기 활용이나 터키 발전선 임차 등 공급 측면과 함께 산업체와 가정의 절전을 유도하는 수요관리 대책을 다듬고 있다. 전국에 6만3,000여대가 있는 자가발전기는 1,000㎾ 이상만 3,300대에 이르러 580만㎾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터키 발전선도 70만㎾의 발전용량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어디까지나 일시적 수단일 뿐 매년 여름 겨울 빚어지는 만성적 전력수급 불안의 해소 방책은 아니다. 발전소 건설과 용량 증설이 한계에 이른 만큼 수요관리 대책에 기울 수밖에 없다는 사회적 공감도 형성돼 가고 있다.
정부의 수요관리 대책은 산업체에 대한 반강제적 절전 조치가 기둥이다. 산업용 전력이 전체 수요의 55%나 되고, 지난해까지 수요 증가율도 가정용의 두 배가 넘었다. 예비전력 확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체를 강력한 수요관리의 우선 대상으로 삼아 마땅하다.
다만 절전의 주체는 결국 사람이고, 가정에서 절전 습관을 익히지 못하고서는 산업체나 직장에서 적극적 절전을 실천하기 어렵다. 가정과 점포에서 전기를 쓰는 모든 국민을 수요관리 대책의 중심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 일본처럼 순환 강제정전까지 감수할 태세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공영매체나 SNS를 통한 전력재난 주의보와 경보 등 절전행동 촉구에 적극 호응하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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