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시즌 다 끝났는데 야구장은 왜 가능교?"
지난 8일 2012 아시아시리즈 개막전 취재를 위해 부산에서 택시를 타고 사직구장으로 향하는데 기사가 이렇게 말했다. 라디오를 통해 꽤 많은 정보를 접하는 택시 기사조차 부산에서 국제대회가 열리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
2012 아시아시리즈가 최악의 대회로 막을 내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기대와 달리 남의 잔치로 전락했고, 텅 빈 관중석은 부끄러울 정도였다. 몸쪽, 바깥쪽을 가리지 않고 사회인 야구 수준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운영한 심판들의 자질도 의심스러웠다.
2005년부터 시작된 아시아시리즈가 국내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시아시리즈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호주 등 아시아 5개국에서 6팀이 참가해 클럽 대항전을 넘어 국가 대항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KBO는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러나 한국 챔피언 삼성은 예선 1차전에서 대만리그 우승팀 라미고 몽키즈에 충격적인 완봉패를 당했다. 롯데 역시 요미우리(일본)와의 '자이언츠 더비'에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맥없이 무너졌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팀(삼성)과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롯데)이 나란히 패한 순간, 2012 아시아시리즈는 야구 팬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썰렁한 관중으로 "야구할 맛이 나지 않았던 것"도 문제다. 이번 대회 가장 많은 관중이 찾은 경기는 1만168명이 집계된 10일 롯데와 요미우리전이다. 나머지 경기에는 평균 3,700여 명의 관중에 그쳤다. 9일 삼성과 라미고 경기에는 오히려 대만 팬들의 응원 목소리가 더 컸다. 우승 팀인 삼성은 예매표가 적다는 이유로 치어리더를 배치하지 않는 꼼수를 쓰다 질타를 받기도 했다.
삼성과 롯데 선수들은 "이래서 무슨 야구를 하겠나. 홈 팀의 이점도 없고 긴장감이 들지 않는다"며 "한국에서 아시아시리즈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 밖에도 콜드 게임(Called Game)을 'Cold Game'으로 잘못 표기한 어설픈 행정 등 이번 대회가 남긴 뒷맛은 씁쓸했다. 또 대회 직전 새 사령탑 선임을 발표해 찬물을 끼얹은 롯데, 상대 에이스에 대한 비디오 자료 조차 구하지 못한 삼성 등 구단들도 반성해야 한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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