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나 플라스틱 일색이던 대형마트의 매장 진열대가 요즘 '종이'로 바뀌고 있다.
불황에 시달리는 대형마트들이 제작비도 싸고 소비자의 시선 끌기에도 좋은 종이를 매장 진열에 다채롭게 쓰고 있는 것. 제품을 깔아놓는 진열대만이 아니다. 그 위에 올려 놓은 번들(묶음)형태의 상품들을 다양한 캐릭터 형상으로 입체 포장, '종이 집기'에 담아 내 놓기도 하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호의적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4월부터 캔맥주, 청바지, 속옷, 팝콘 등의 제품에 대해 64개 종이 집기를 제작해 활용한 결과 해당 상품 매출이 15% 신장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지난해보다 종이 집기를 1.5배 늘렸는데 불황 속에서도 관련 매출은 20% 나 늘었다.
종이집기가 쓰인 대표적인 품목은 발열내의와 맥주다.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잠실점에서 종이로 만든 간이 발열내의 진열대엔 별도의 마네킹이나 옷걸이 대신 종이로 속옷을 보여줄 수 있도록 꾸몄다. 기존의 공간 대신 남는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아 관련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량 늘었다. 맥주의 경우 여름철 성수기임에도 잘 팔리지 않자 올해에는 종이로 맥주 모양의 입체 집기를 만들어 눈에 잘 띄게 배치한 결과 전년보다 36% 가량 매출이 신장했다.
종이 집기는 지난해 2월 김동률 매장연출팀 실무자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매무역 박람회인 유로샵을 방문, 선진 유통업체들이 종이진열대와 종이 입체집기를 활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 후 기획한 것.
실제 종이집기의 경우 제작비용도 저렴하다. 손장한 롯데마트 매장연출팀장은 "전국 매장에서 종이집기를 쓰면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제작했을 때보다 월 3,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절감된다"며 "기존 매장에 배치한 집기들과의 공간 효율성을 고려해 앞으로도 종이집기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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