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원전 3호기의 제어봉 안내관에서 발견된 균열은 안전에 정말로 문제가 없는 걸까.
제어봉의 통로역할을 하는 안내관은 철, 크롬, 니켈 구성합금인 '인코넬-600'으로 만들어진 원통형 관. 외부 직경은 12.1㎝, 두께는 2.6㎝이며 길이는 1.2㎙이다. 총 84개의 안내관이 있는데 이 중 6개에서 미세 균열이 발견됐다. 가장 큰 균열은 깊이 1.18㎝, 길이 5.38㎝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균열 원인으로 원자로 핵연료인 우라늄의 핵분열로 뜨거워진 노심을 냉각하는 냉각수의 보론산(붕산)을 지목하고 있다. 보론은 중성자를 흡수해 핵반응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냉각수에 섞여있는 붕산이 제어봉을 따라 원자로 상단의 안내관을 부식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광 3호기보다 먼저 지어진 노후원전에서도 이런 균열은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 관계자는 "미국 프랑스 등에서도 안내관 균열은 여러 차례 발생했고 용접 등으로 처리했다"고 말했지만,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내에선 한번도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원전당국은 그럼에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유국희 안전정책국장은 "틈이 생긴 게 아니라 미세한 균열이 난 것이어서 방사능 누출 등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도 "깨지거나 해서 틈이 벌어진 게 아니라 일종의 실금이 간 것으로 안다"면서 "용접을 하고 그래도 안되면 교체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어봉 안내관은 노심(爐心)과 연결된 부분으로, 만약 틈이라도 생겼으면 원자로 내 방사능에 오염된 1차 냉각수가 유출될 수 있다. 만약 안내관 균열이 이번에 발견되지 않고 그대로 운영됐더라면 제어봉 출력 조절이 불가능해져 노심이 녹는 최악의 상황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균열사실 공개과정에서도 은폐논란이 일고 있다. 한수원은 균열 발견 다음날인 4일 지경부 등에 관련사실을 보고했다. 지경부와 한수원은 그러나 영광 5ㆍ6호기의 가동중단방침을 발표했던 5일 기자회견에서 영광 3호기의 균열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않다가, 국회 문제제기 등이 잇따르자 9일에서야 공개했다. 한수원측은 "규정상 보고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공개를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규정 여부를 떠나 동절기 전력수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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