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퓨전 밴드 '그림'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우진(43)씨가 국내 어린이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동요 음반을 만든다. 재중동포 어린이들이 직접 쓴 시와 글에 자신이 작곡한 곡을 붙이는 것이다. 락 밴드 '천지인', 포크락 밴드 '유고정밴드' 등을 거친 이력이 '동요'와는 거리 있어 보이지만, 영락없는 동요다.
박씨는 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작 중인 앨범이 동요이긴 해도재중동포와 한국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을 허물어 재중동포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재중동포 학교에 책보내기, 독서문화캠프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는 동북아평화연대에 따르면 한 때 2,000여개에 달하던 동북3성 내 재중동포 학교는 60~70개로 급감했다. 한국어와 한국에 대한 이해를 갖춘 재중동포가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박씨는 "외국의 대학에 한국(어)학과를 늘려 한국의 말과 문화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해외에서 우리와 같은 말과 문화를 갖고 사는 사람들이 그 말과 문화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재중동포 어린이들의 동심을 담은 동요가 한국의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 사이서도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도 이 때문이다.
내년 3월 출시될 음반에 실릴 노래는 10곡 안팎으로, 재중동포 어린이들의 꿈과 바람, 고민을 담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지린성 용정소학교 5학년 최홍군이 한국에 일하러 간 부모를 그리워하면서도 할머니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시가 대표적이다.
'시간아 시간아 빨리 지나가렴/ 꿈에서도 보고 싶은 우리 엄마/ 빨리 볼 수 있게/ 시간아 시간아 그만 멈추어다오/ 한 줄 한 줄 늘어나는 우리 할머니/ 주름 잡히지 않게'
박씨는 2008년 동북아평화연대가 동북3성에서 개최하는 재중동포 독서문화캠프에 참가하면서 따로 모아 놓은 어린이들의 글 중에서 작품을 엄선했다.
그는 재중동포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이 여전히 편향돼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식의 생각이 강한 것 같아요. 갈등 구조로 보는 시각이죠. 하지만 지금의 한중 관계는 물론 앞으로도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재중동포들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편향된 인식을 거둘 필요가 있어요."
박씨가 예상하고 있는 음반 제작비는 1,000만원 가량. 자신이 속한 밴드와 음반제작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지인이 도와주고 있지만 그래도 버겁다. 그래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작은 공연을 펼친다. 음반 제작비 마련을 위한 행사다. 공방 '달토리도자골'이 재능 기부한 수제 도자기 제품과 김선우 시인이 기증한 책, 아동복, 천연비누, 액세서리 등이 판매되고, '노래하는 꿈틀이들'의 공연도 무대에 오른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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