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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박사의 숨겨진 얼굴은 하이드씨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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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박사의 숨겨진 얼굴은 하이드씨 뿐일까?

입력
2012.11.0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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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했던 타이거 우즈의 외도 검사 스피처는 고급 매춘 고객"그럴 줄 몰랐다"고 놀라지만 대중적 흑백논리의 오류일 뿐실험 통해 인격의 유동성 증명 이분법적 학설에 통렬한 반격

여기 훌륭한 인격체의 전형으로 추앙받다가 우리의 관심과 기대를 저버리고 하루아침에 추락한 인물이 있다. 반듯하고 깨끗한 이미지에 끔찍한 애처가로 알려졌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안티팬이 거의 없는 명사였던 그는 그러나 불륜 사실이 줄줄이 까발려지면서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이런 예는 수두룩하다. 검찰총장 시절 월가의 반부패 개혁에 앞장서고, 뉴욕 고급 매춘 조직을 소탕해 매춘 반대운동의 기수였던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주지사는 그 자신이 고급 매춘 클럽의 고객이었음이 들통나 쟁쟁한 이력을 하루아침에 날려 버렸다. 빌 클린턴의 르윈스키 스캔들을 공개적으로 꾸짖은 공화당 상원의원 래리 크레이그는 공항 남자 화장실에서 잠복 경찰한테 동성애를 요구하다 걸려 망신을 당했는데, 그는 평소 동성애를 강력히 반대하는 점잖은 보수주의자였다. 비단 미국뿐 아니라 몇 년 전 참여정부 핵심멤버 변양균 전 대통령 정책실장 역시 큐레이터 신정아씨와 세상이 떠들썩한 스캔들을 만들었다.

(원제:out of character)은 가족의 소중함과 윤리를 앞세우던 정치인이 뒤에서 불륜을 저지른다거나 이성적이고 명민한 투자가가 도박의 유혹에 빠지는 등 우리가 흔히 '그 사람이 그럴 줄 몰랐다'고 하는 사례를 들어 변덕스러운 인격의 실체를 조목조목 파헤친다.

우리 안에 숨은 아이러니를 연구와 실험을 통해 밝힌 미국 노스이스턴대 심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데스테노와 하버드대 특별연구원 피에르카를로 발데솔로는 우리 인격을 고정된 것인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로 규정한다. 고로 누구나 인격을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선과 악, 흑과 백을 나눈 고정관념 자체가 오류라고 말하는 이 책은 우리를 성인으로 만들고 죄인으로 만드는 그 힘의 실체에 가장 근접해 있다.

저자들은 애인을 앗아간 동료를 응징하기 위해 가발을 쓰고 기저귀를 찬 채로 공기총을 들이민 우주비행사 리사 노워크의 예를 들며 질투는 우리의 자긍심이 상처를 받을 때 폭발한다고 말한다. 또 톰 크루즈가 '투데이'라는 쇼 프로그램에 나와 진행자 앞에서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설교하고,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소파에서 펄쩍펄쩍 뛴 예를 들며 자부심은 우리를 열심히 일하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지만 때로는 통제 불능하게 발현된다며 '자부심과 오만은 한끝차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기존 학설이 가지고 있는 오류를 지적하고 탁월한 통찰력으로 이에 맞서는 한편 위선과 도덕, 자부심과 오만, 연민과 잔인함, 공정과 신뢰, 안전과 도박, 포용과 편협 등의 주제를 실험을 통해 면밀하게 고찰했다. 인간심리와 본성에 관한 통념을 완전히 뒤엎는 '도덕적 딜레마'실험이 특히 흥미롭다. 한명을 희생시켜 철로를 질주하는 전차를 멈추게 하고 다섯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과연 그 한명을 떠밀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단호히 'NO'를 한다. 그러나 다시 한쪽에는 한명이 한쪽에는 다섯명이 있는 철로에서 간단히 스위치를 조작하는 것만으로 전차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하면 대부분의 피실험자들은 한명을 죽이고 인부 다섯을 구하는 쪽을 택했다. 비슷한 상황인데 왜 결론은 다를까. 저자들은 두 상황이 피실험자에게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직접 손에 피를 묻힐 것이냐 하는 문제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전자의 실험 전에 한쪽은 다큐멘터리를 또 다른 그룹은 코미디 쇼를 보여줬더니 한 명을 희생시켜 다섯 목숨을 구하겠다는 응답이 코미디를 본 쪽에서 세 배나 높게 나왔다. 다른 사람을 죽게 한다는 본능적인 부정적 감정이 신나는 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순간적으로 차단되어 나름의 합리적 저울질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단지 TV 프로그램 하나가 사람을 희생시키는 엄청난 행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느냐에 대해 저자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각양각색의 인격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법을 알려 주는 이 책은 선과 악, 흑과 백의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게 숱한 오류를 낳는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한다. 우리의 도덕적 판단과 인격은 꽤나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한순간에 죄인이 될 수도 있으며, 사소한 이유로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갈대 같은 존재인 인간. 그 변덕스러운 인격에 관해 정확하게 기술하고 인격을 관리하는 방법을 충고한다. 훌륭한 인격은 저급한 충동을 부추기는 비이성적인 목소리를 침묵하게 하는 법을 일찌감치 터득하는 데서 생긴다는 결론이다. 저자들은 우리의 정신체계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체계로 유동적이므로 주의를 요한다고 본다. 우리 행동을 조정하려고 경쟁하는 서로 다른 정신체계를 인정함으로써 어쩌면 엉뚱한 방향으로 빠질 수 있는 인격의 일탈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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