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길 위의 이야기'니 길 한복판에서 찍어야 한다는 사진기자의 강권 속에 매서운 겨울바람 쉭쉭 맞아가며 빨개진 코로 인사동 골목길에서 연재 예고를 알렸던 나였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어떻게 680자를 채울까, 아니 어떻게든 680자는 채우겠지, 부정과 긍정 사이를 오가며 매일같이 맞닥뜨린 커서의 깜빡거림은 부정맥 환자의 심박동처럼 불규칙적으로 나를 압박하곤 했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아침마다 뜨끈뜨끈한 신문이 배달되는 걸 보며 내가 죽지 않는 한 이 수레바퀴는 잘 굴러가겠지 하는 묘한 안도감에 금세 빠져버렸으니 그 덕에 여유만만 마감 시간을 내 밥 때로 알고 도통 지키지 않은 방만함에 대하여 기자님들, 큰 벌 받을 테니 부디 오늘까지만 날 미워 잡숴 해주시길 바랄 뿐이고, 한편으로 '길 위의 이야기'니 시도 때도 없이 길 위에서 원고 써서 길 위에서 원고 보내는 걸 가능케 해준 스마트폰의 무한 세례에 대해서 깊이 머리 조아릴 뿐이다.
내 이름 석 자 검색해 지난 열 달가량 내가 쓴 글의 제목들을 찬찬히 보는데 뭐랄까, 좀 아팠다. 기쁨보다는 슬픔이 희망보다는 절망이 우리들 길 위에 더 짙은 그늘로 드리웠음의 증거렷다. 삶의 반대말이 죽음이 아니라 포기라는 격려가 흔해빠졌다 한들 위로가 되지 못할 법은 아니지 않는가. 바라건대 바통을 이어주실 두 문인들의 글은 긍정적 에너지로 매일같이 후끈하기를. 이상 김민정의 수다였습니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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