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또 발생했다. 최근 치매 환자가 자살하거나 가족들이 환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치매 가족'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6일 오후 3시쯤 치매를 앓던 권모(70)씨가 자택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아파트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는 남편 정모(71)씨가 동생을 만나러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극단적선택을 했다. 권씨는 3년 전부터 경증 치매 증상으로 약을 복용해 왔고 3명의 자식들과는 떨어져 생활해 남편 정씨가 권씨의 간호를 도맡아 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정씨는 경찰에서 "(아내가) 10년 전 뇌출혈로 한 번 쓰러진 적이 있었기 때문에 본인이 또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몹시 괴로워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7일에는 경남 창원에서 10년 전부터 치매를 앓던 박모(84)씨가 농약을 마셨다. 박씨의 아들은 "어머니가 최근 들어 '가족에게 짐이 돼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말했다.
치매는 환자 본인에게만 고통을 주지 않는다. 간병에 지쳐 가족이 치매환자를 살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빈번하다. 지난달 1일 치매에 걸린 70대 남편을 돌보던 아내 황모(55)씨가 서울 강서구 가양동 한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목을 맸고 영등포구 문래동에서는 지난달 19일 치매를 앓는 70대 부인을 병 수발하던 이모(78)씨가 부인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 노인은 2008년 42만1,000명, 2010년 46만9,000명에서 올해 53만4,000명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65세 이상 인구 치매 환자 비율은 9.1%로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인 셈이다.
대한치매학회 전 이사장을 지낸 한설희 건국대병원장은 "치매 환자는 인지·판단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가족들이 힘들 수 밖에 없다"며 "고령화 사회에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치매 질환을 가족들만의 문제로 방치하지 말고 정부가 치매지원센터 확대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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