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MB의 추억'이 관객 1만 명을 불러모으며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MB의 추억'은 최근 개봉작 가운데 입장객 순위 22위에 올라 있다. 상영관도 개봉 초기 4개관에서 12개관으로 늘었다.
지상파 방송 PD출신인 김재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시 대선후보로서 이른바 '7ㆍ4ㆍ7공약(연 7% 경제성장ㆍ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ㆍ7대 강국 도약)' 등을 내세우며 "경제를 살리겠다"는 준비된 대통령을 강조한 선거운동 영상과 정권 말기인 요즘 "아파트 관리비가 힘들어서 다세대로 들어갔다" "서민경제는 점점 무너진다"라며 아우성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주로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영화는 관객들에게 공약이 얼마나 지켜졌으며 유권자들이 바라는 열망(경제회복 등)을 이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투영해 선택한 건 아닌지, 홍보영상물 등에 나온 이미지에 너무 현혹돼 투표한 건 아닌지 등의 문제를 던진다. 임기를 마치는 5년 뒤에 선거를 되돌아보자는 기획의도에 따라 2007년 당시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후보 등의 선거운동 현장을 다니며 직접 촬영했다. 만약 당시 정동영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면 'DY의 추억'이 됐을 것이라고 한다.
배급사인 스튜디오느림보의 고영재 대표는 "당시 이명박 후보의 (경제대통령) 이미지에 열광했던 유권자 중에 지금에 와서 '속았다'고 하는 이들이 많지만 본인이 선택했으면 남의 핑계를 댈 수 없다"며 "이미지만 앞세운 후보에 표를 줘서는 후회한다는 반면교사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도 영화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듯 했다. 서울 대치동에서 학원강사로 일하는 태모(45)씨는 "5년간 공약 이행 상황을 두고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지만, 뽑아놓고 비판만 하는 국민들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뜻을 담은 것 같다"며 "실현 가능성 등 공약을 점검해보지 않고 투표하는 행태가 바로 잡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노모(43)씨도 "평소 호감 가는 인물이나 지지정당만을 보고 표를 찍는 투표성향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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