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송승준(32)은 2012 아시아시리즈를 앞두고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서 연투한 탓에 자기 공을 던지기 힘들었다. 그래도 팀 사정상 마운드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엔트리에서 빠졌고, 선발 자원은 송승준과 고원준뿐이었다.
송승준은 이를 악 물었다. 특히 이번 아시아시리즈는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국제대회, 그것도 안방인 부산에서 열렸다. 송승준은 8일 "컨디션은 많이 좋아진 상태지만 투구 밸런스는 여전히 좋지 않다. 그래도 포수 미트만 보고 던지겠다"고 말했다.
롯데가 '토종 에이스'의 힘으로 아시아시리즈 공식 개막전에서 승리했다. 롯데는 이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호주 퍼스 히트와의 경기에서 송승준의 역투를 앞세워 6-1 완승을 거두었다. 송승준은 6이닝 동안 3안타 1실점 하며 8개의 삼진을 잡았다. 데일리 MVP(최우수선수)도 수상했다. A조 선두가 된 롯데는 10일 오후 12시 결승 진출을 놓고 일본 챔피언 요미우리와 '자이언츠 더비'를 벌인다.
5회 1사까지는 퍼펙트 피칭이었다. 송승준은 1회 선두타자 애덤슨 코리부터 5회 선두타자 4번 케넬리 팀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본인의 우려와 달리 최고 시속 146㎞의 직구와 낙차 큰 커브, 포크볼은 위력적이었다. 퍼스 타자들은 공을 방망이에 맞히기 급급했다.
첫 안타는 코스가 좋았다. 퍼스 5번 벨 카터가 친 공은 약간 빗맞은 듯 보였지만 3루수 황재균과 유격수 문규현 사이를 빠져 나갔다. 이후 송승준은 6번 맥기 죠수아에게 좌전 안타, 7번 산미구엘 엘런은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8번 오멘 마이클을 삼진으로 처리한 뒤 9번 범브리 스티브의 우전 안타 때는 우익수 황성용의 정확한 홈송구가 나오며 1실점으로 막았다.
송승준이 6이닝 동안 1실점으로 호투하자 야수들이 힘을 냈다. 4번 홍성흔은 1회 2사 1루에서 우중간 2루타로 결승 타점을 올렸다. 4회엔 2사 만루에서 2번 조성환의 2타점 중전 안타가 터졌고 6회 역시 4안타 1볼넷을 묶어 3점을 더 달아났다.
송승준은 경기 후 "경기 전에 몸이 많이 무거웠고 불펜에서도 내용이 좋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막상 긴장하고 마운드에 올라가니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베이징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외국 타자들을 상대했다. 포수 강민호와 직구와 변화구의 비율을 적당히 조절한 게 맞아 떨어진 것 같다"며 "지난 해 3경기 연속 완봉승을 달성했을 때 포크볼이 아주 좋았는데 오늘 그 정도 수준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편 앞서 열린 B조 예선 1차전에서는 대만 챔피언 라미고 몽키스가 차이나 스타즈(중국)를 14-1(7회 콜드게임)로 대파했다. 라미고의 주포 린즈셩과 메이저리거 출신 천진펑, 스즈웨이를 앞세운 라미고는 홈런포 3방 등 장단 15안타를 몰아쳤다. 이번 대회 조별 리그에서는 7회 이후 양팀 간 점수가 10점 이상 차이 나면 콜드게임으로 처리한다.
부산=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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