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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분열…

입력
2012.11.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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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공화당이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패인을 둘러싸고 강경파와 온건파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비방전을 하는 등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미국과 영국의 언론들이 7일 보도했다.

강경파는 밋 롬니 후보에게 화살을 돌렸다. 티파티운동 창시자 제니 베스 마틴은 “나약한 후보를 선택한 것이 패인”이라고 비난했다. 롬니가 공화당의 정체성을 대표할 만큼 “충분히 보수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강경파는 롬니를 탓하며 공화당의 우경화를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롬니 지지세력의 공격을 받았다. 공화당 차기 주자로 꼽히던 크리스티 주지사가 허리케인 샌디에 잘 대처했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칭찬하는 배신을 저질러 오바마의 막판 지지율을 상승시켰다는 비난이 쇄도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전했다. 극우 논객 딕 모리스는 “크리스티가 롬니가 대통령 될 기회를 앗아갔다”고 비난했다. 크리스티가 자신이 부통령 후보로 선정되지 않아 롬니에 불만을 가졌으며 오바마와 샌디 피해 지역을 둘러보는 초당적 행보로 차기 대권주자감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크리스티는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패인을 개인에게 떠넘기기보다 시대를 외면한 당 정체성 쇄신에 나서자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크리스 배런 공화당 컨설턴트는 “이번 패배가 롬니의 패배라고 말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보다는 공화당이 선거의 승패를 가른 라틴계 등 소수인종, 여성, 젊은 층 등을 포용하지 못한 것을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롬니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됐던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공화당은 부유층을 위한 당이 아니라 신분이 상승하고 있는 사람들을 뒷받침하는 당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내 기득권층도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전통적 보수지역인 버지니아의 밥 맥도넬 주지사는 “이민자는 미국 경제 회복에 있어서도 중요하다”며 “공화당이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선거 참모였던 칼 로브도 “소수인종과 여성을 외면하면 공화당은 소수당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기의식은 젊은 층에서 더 강하다. 할리 바버 전 미시시피 주지사의 손자로 대대로 공화당원이었던 헨리 바버는 “공화당은 민주당으로부터 유권자를 인식하고 조직화하는 기술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루비오나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 등 젊은 층이 당을 주도해야 한다”며 세대교체를 주문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1960년대 이후 미국 남부의 부유한 백인을 겨냥해온 공화당의 선거 전략에 대한 대대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하지만 강경파와 온건파의 갈등이 심해 새로운 당으로 거듭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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