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는 PC시대의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힌다.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나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어 '인스턴트 메신저'라고 불린 이 서비스는 지구촌 곳곳의 인터넷 이용자들을 하나로 연결, 이른바'세계화'의 상징처럼 거론되곤 했다.
그런 PC메신저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의 기세에 눌려 하나 둘 종적을 감추고 있는데, 이 또한 PC시대는 가고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는 상징적 단면이라는 평가다.
PC메신저의 퇴조는 글로벌 대표메신저 격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N이 내년 3월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데서도 확인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S는 전날 공식 블로그를 통해 "내년 4월부터 현재의 MSN을 정리하고 스카이프로 단일화된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했다. 메신저 시장에 발을 들인 1999년 이후 13년 만에 사실상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MSN은 메신저의 대명사였다. 메신저의 원조는 1996년 미국의 아메리카온라인(AOL)이 선보인 ICQ이지만, PC를 지배하고 있던 MS의 MSN은 3년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시장을 장악했다. 한때 전 세계에서 3억3,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독보적인 선두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매년 50% 가까운 사용자가 MSN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조차 MSN을 이용하는 이들은 830만 명에 불과하다.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은 모바일 메신저들이다. MS도 지난해 85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스카이프로 반전을 시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스카이프는 인터넷전화를 비롯해 메시지 전송과 영상 채팅 기능도 제공한다. MSN과 달리 안드로이드나 iOS 기반의 모바일 기기에서도 쉽게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해마다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MS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MSN보다 스카이프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현재 MS내 전체 인스턴트 메시지 중 80% 가량이 스카이프에서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내 PC 메신저 시장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MSN은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1년 반 사이 순 이용자는 절반으로 줄었다. 때문에 MS는 국내시장에서도 스카이프와의 통합을 계기로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전략이다.
12년 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해온 토종 메신저 '버디버디'가 지난 4월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야후 메신저의 경우 야후코리아 철수 이후에도 서비스를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이용자수는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2005년 이후 독보적인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네이트온의 경우 PC메신저 활성화보다는 모바일 메신저 '네이트온UC'와의 시너지를 내는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네이트온을 운영하는 SK컴즈 관계자는 "유무선 메신저를 연동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네이트온UC의 이용자가 지난 9월 이후 카카오톡에 이어 2위까지 올라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대의 흐름이 모바일로 가고 있어 PC에 기반한 메신저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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