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국가인 미국은 영국 지배에 저항해 독립전쟁을 벌인 13개 주로 출발했다. 이후 한 개 주가 두 개로 분리되거나 전쟁 혹은 매입을 통해 획득한 영토에 주를 설치해 연방에 소속된 주의 숫자를 늘려왔다. 버몬트, 텍사스, 하와이는 독립된 공화국이 통합된 경우다. 미국인 이민들이 원주민 왕국을 무너뜨리고 세운 하와이 공화국은 1898년 7월 미국에 합병된 뒤 준(準)주로 있다가 1959년 8월 알래스카에 이어 미국의 50번째 주가 되었다.
■미국의 51번째 주란 말도 낯설지 않다. 미국 자치령 가운데 51번째 주 후보들이 꾸준히 거론돼 왔고, 미국의 강력한 영향권에 있는 나라들을 농담 또는 비아냥조로 지칭하는 용어로 많이 쓰여왔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영국 등이 미국의 51번째 주로 불리는 대표적 나라다. 일부 영국인은 실제로 미국 연방으로 들어가자는 주장을 편다고 한다. 미국과 친밀한 관계인 한국을 미국의 51번째 주 라고 빈정거리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정치적 은유가 아닌 진짜 미국의 51번째 주가 탄생할 모양이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인구400만의 푸에르토리코는 6일 미 대선과 함께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미국 주 편입을 결정했다. 국가지위 변경에 찬성한 주민 가운데 미국 주 편입 의견이 61%로, 더 많은 자치권이 허용되는 자유연합(33%), 독립국가(5%) 의견을 크게 앞질렀다. 이제 미국 의회의 승인과 오바마 대통령 추인 절차만 남았다. 푸에르토리코는 스페인령이었으나 1898년 미국 자치령으로 넘어갔다.
■자치령 상태에서 주민들은 미국시민권을 가지나 대통령 선거권은 없다. 연방의회에 하원 의원 1명을 선출해 파견하지만 표결권은 제한 받는다. 현상유지 결론이 났던 과거 세 차례의 주민투표와 달리 이번엔 미국 주 편입 결정이 나온 것은 실업률 13%가 넘는 경제난 탓이라는 분석이다. 정식 주로 편입되면 연방정부로부터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각종 지원을 받게 된다고 한다. 더 잘 살자는 선택이겠지만 독립을 중요 가치로 여기는 우리들로서는 얼른 이해가 안 간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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