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사는 사촌이 한국에 왔다. 15년 만의 방문이었다. 그 시간이면 결혼해서 중학생 자녀를 둘 만한 시간인데 우린 마치 한두 달 전 만났던 사이인 양 반갑게 해후했다.
매일 밤 술 마시기 바쁘다는 사촌에게 간만에 맞닥뜨린 한국이란 나라의 인상기를 물었다. 너무 변해서 어디가 어딘가 싶더라. 공기 안 좋고 차 많고 그래도 여전히 음식은 맛있어. 24시간 술 먹고 놀기에는 천국 같아. 마치 외국인인 양 20년간 제 살던 나라를 평하는 게 은근 묘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 시간만큼 우리 급물살에 휩쓸리듯 급변해온 것도 맞지 않는가.
하기야 새벽 세 시에 숯불 피워 고기 굽고 납작 엎드린 광어 건져 회 뜨는 이런 나라가 어디 그리 흔하랴. 잠 안 자고 끼니 거르고 휴가 안 써가며 모두가 일에 매달려 겉보기엔 남부럽지 않은 국가 인지도 구축하는 데 성공했는지 모르겠으나 보란 듯이 연임에 성공한 한 방송국 사장을 보자니 기가 턱 막혀왔다.
모르면서 괜한 사람 잡냐고? 에이 그럴 리가, 나는 그저 다수의 의견을 진실이라 믿을 뿐이다. 일터를 전쟁터로 싸울 수밖에 없던 사람들이 집단 최면에 걸린 것도 아니고 문제다, 하고 한 목소리를 내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지 않았겠는가. 힘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남는 이 나라에서 힘이 없는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절망이 깊어진다. 그래서 결혼 안 하고 애 안 낳겠다고 하다 엄마한테 등짝은 맞았지만서도 말이다.
김민정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