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들이 고민하고 깨달아야 할 사법구조 개혁은 개헌이 큰 통로인데 마치 손갈퀴로 나뭇가지 줄기와 잎사귀만 훑는 수사권 조정 공약 발표에 그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구조를 선진 외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은 기하학적, 기형적 형태다. 국민 인권과 권익은 물론 행정부의 효율성에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은"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경찰에 수사권을 상당 부분 주는 대신 경찰 조직을'수사경찰'과'행정경찰'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직을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경찰과 치안·경비·교통 등을 담당하는 행정경찰로 쪼개고, 수사 경찰에 한해서는 검찰의 고유 권한인 기소권만 빼고 내사를 포함한 수사권을 거의 다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론과 실무적인 배경을 잘 모르거나 경찰에 수사권을 주지 않기 위해 적절치 않은 대안을 내놓은 게 아닌가 싶다. 현장에서 살인, 강도, 강간,폭력 범죄자 혹은 불법 시위자 통제는 행정경찰, 검거와 수사는 수사경찰을 전제로 한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 얘기다. 행정경찰에게 수사경찰은 빨주노초 형형색색 바통을 정지선에서 기다리다 넘겨받아 이어달리기(계주) 할 만큼 시간은 한가하지 않다. 국민 생명이 달려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경찰이 무늬가 다른 경찰에 사건 인수인계하는 건 탁상행정이다. 경찰활동과 , 법집행은 현장의 연속성을 지니고 있어야함은 물론이다.
김기용 경찰청장은"교통경찰관이 현장에 있다가 사고가 나서 조사하게 되는 경우나 지구대 경찰이 순찰 도중 범인을 검거해 현장보존 조치를 하는 경우처럼 현장에서는 경찰이 수사와 행정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때가 많다"고 했다. 국민권익 측면에서 수사 경찰과 행정 경찰을 현실적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프랑스 시민혁명으로 형사소송절차의 개시와 심리가 일정한 소추권자의 소추에 의하지 않고 법원의 직권에 의해 행해지는'규문주의'라는 사법제도가 혁파되면서 수사, 기소, 재판이 분리되어 오늘의 대륙법계 사법구조가 탄생했다.
독일·프랑스 등 대륙법 계통의 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검찰이 수사권을 주도하지만 수사 인력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맡는다. 일본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고 경찰도 독자적으로 수사하고 영장 청구권까지 갖고 있다. 영장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 중 검사의 전속적 영장청구권을 규정하는 입법례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한국은 1945년 광복 후 약 10년 동안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는 미국식의 선진 형사사법시스템을 운영했다. 그러나 경찰 간부 80% 이상이 일제경찰 출신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해 57년 전 물러났다. 이때 검사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갔다. 입법자들은 일제경찰이 사라지고 새로운 한국경찰이 등장하면 다시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로 하자고 약속 했었으나 결과적으로 공언이 됐다.
한편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검사 지위와 관련해 검사는 공무원에 속하고 결코 법관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한국 검찰은 스스로 판사와 검사의 임용체계의 유사성에서 검사의 준사법적 지위를 도출함으로써 자신들이'준사법기관'임을 내세워 통제를 정당화하고 있다. 행정부의 검찰행위는 사법행위가 아니다. 판례도 검사의 긴급수색 행위는 반드시 법원의 심사를 받을 것을 결정하면서, 그 근거로 검찰의 행위는 결코 사법행위가 될 수 없으며, 검찰은 행정기관에 속한다고 명시했다. 검사의 불기소처분은 법원의 판결과 달리 처분행위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는 판결에서도 검찰은 행정기관임을 밝히고 있다.
현재 검찰에서는 검사의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사법적 통제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현행 검사의 수사지휘는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방향을 설정, 지시하는 사실적 지휘행위이므로 사법적 통제의 개념이 아니다. 따라서 검사 수사지휘는 수사기관의 지휘에 불과한 것이다.
법치주의의 회복을 위해선 헌법개정을 통해 줄줄이 형사소송법, 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한국 검찰에 집중되어 있는 수사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독점의 다원화는 시대적 사명이다.
지영환 경찰청 대변인실 소통담당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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