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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세계와 通하다] "제주·백두대간의 독특한 매력… K팝 홍보 열정 절반만 쏟아도 발길 더 몰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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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세계와 通하다] "제주·백두대간의 독특한 매력… K팝 홍보 열정 절반만 쏟아도 발길 더 몰릴 것"

입력
2012.11.0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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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연에 빠진 외국인들

"스트레스 벗고 릴랙스 즐길 수 있는 곳"

"매운 음식만 빼면 최고의 여행지"

"민박집서 먹은 치킨·막걸리 맛에 매료

기·풍수지리… 한국산의 진짜 매력"

스토리 더 입히고 정보 더 채워라

자연에 얽힌 전설·역사 적극 소개해야

상점·민가 주민들과 소통 불편도 숙제로

허술한 가이드북·홈페이지 아쉬워

장·단기 코스 나눠 상품화도 급선무

여행지로서 한국에 대해 외국인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무얼까.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다나 설악산의 울긋불긋한 단풍이 얼른 떠오를지 모르겠지만, 그건 실상과 거리가 멀다. '2011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아온 관광객 중 자연 경관 감상이 목적인 사람은 3.6%에 불과했다. 쇼핑(38.9%)이나 식도락(8.1%)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그래서 '좋았던 관광지'를 묻는 조사 결과도 명동이 1위(33.7%), 동대문시장이 2위(16.5%)로 나타났다. 서울이 아무리 국제적인 도시가 됐어도, 한국의 산하는 아직 외국인들에겐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한국의 자연을 외국인들이 찾고 싶은 여행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한국방문의해 기념 2012 제주올레 걷기축제에 참가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물었다.

제주 올레 10코스에서 만난 프랑스인 퀸텐 비렝가씨는 "유럽에서 카우치서핑(숙소를 서로 공유하는 여행)을 하며 만난 한국인 스님에게서 제주도에 대해 들었다"고 했다. 이번이 첫 번째 한국 여행으로 서울에서 며칠 묵은 뒤 제주도로 내려온 그는 "이렇게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릴랙스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도 몇 손 가락 안에 꼽을 것"이라며 "K팝을 홍보하는 열정의 절반이면, 세계인들이 한국의 자연이 지닌 매력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함께 올레 트레킹에 나선 실비에 바흐(프랑스)씨도 "매운 음식만 빼면 여기는 최고의 여행지"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제주도에 한해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제주 올레는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서서히 인기가 높아 지고 있다. 4박5일 패키지 상품을 구입해 제주올레 걷기축제에 참가한 펑페이씨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가족 단위로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상품을 통해 방한한 양동씨는 "중국에서도 웰빙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에 제주도는 굉장히 매력적인 여행지"라면서도 "중국어로 된 안내시설이 거의 없고 위험한 구간에도 안전시설이 부족한 것이 흠"이라고 말했다.

베테랑 트레커라는 리스 닐슨(덴마크)씨는 군데군데 지나치는 민가나 상가의 주민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 점을 첫 번째 장벽으로 꼽았다. 바람이 쌀쌀해 따뜻한 음료 한 잔을 사 마시려고 해도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올레길에 얽힌 숱한 제주의 전설과 4ㆍ3항쟁 등 제주의 아픈 과거도, 짤막하게 정리된 영어 안내판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올레 홈페이지에 영어로 된 안내가 있지만 트레킹에 필요한 정보치고는 내용이 빈약하다"며 "한국의 인터넷 홈페이지들은 아름답게 꾸미려는 경향이 있는데 외국인들은 투박해 보이더라도 수록 내용이 충실한 홈페이지에 익숙하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다른 나라를 흉내 내서 비슷하게 보이려고 하면 안 돼요. 그것보단 한국의 자연이 가진 독특한 매력에 초점을 맞춰 소개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계인들이 한국의 산을 찾아오게 될 거예요." 지리산에서 만난 로저 셰퍼드씨는 한국 산에 미친 뉴질랜드인이다. 그가 처음 한국을 찾은 것은 2006년. 그때 한반도의 등줄기가 되는 산맥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도에 짙은 색으로 표시된 백두대간을 보고는 '여길 등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해 휴가에 절반, 이듬해 다시 나머지 절반을 완주했다. 내처 북한으로 넘어가 금강산부터 백두산까지도 걸었다. 그리고 백두대간 등성마루에서 바라본 동해바다의 모습, 동네 민박집에서 먹은 프라이드 치킨과 막걸리 맛에 완전히 매료됐다. 그래서 경찰관이던 그는 아예 한국으로 이사를 왔다. 충북 보은에 살면서 한국 산을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셰퍼드씨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도 길만 예쁘다고 트레커들이 찾아오진 않는다"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 길에서 만나게 되는 지역 주민과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氣)나 풍수지리 같은 것은 자연에 대해 갖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입니다. 김삿갓, 도선국사, 원효대사 같은 이들의 이야기도 어느 산에서나 만날 수 있죠. 한국의 산이 갖는 진짜 매력은 드라마틱한 산의 모양새보다 아마 그런 데 있을 거예요. 하지만 외국인이 그걸 느끼며 트레킹하기는 정말 힘든 게 사실이죠."

한국의 트레킹 관광을 세계화하기 위한 과제를 말해 달라고 하자 그는 "작은 부분부터 고쳐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인은 산을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해 등산을 독립된 여행 코스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외국인은 큰 계획을 세우고야 찾아올 수 있는 곳이다. 셰퍼드씨는 "단거리, 장거리 트레킹 코스를 개발해 상품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부족한 것은 정보"라며 "영어 가이드북과 지역별 여행 네트워크와 연계된 홈페이지 구축"을 과제로 꼽았다.

"외국인들에게 추천하고픈 가장 매력적인 곳이요, 난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습니다. 다만 서울을 벗어날 때, 훨씬 더 큰 매력을 만나게 될 것이라곤 말할 수 있어요. 한국은 가장 크면서 또 작은 나라(the biggest smallest country)일 거예요."

제주ㆍ산청=글ㆍ사진 유상호기자 shy@hk.co.kr

공동기획 : 한국일보사·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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