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
7일 0시 30분 재선을 확정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의 맥코믹플레이스 이벤트홀에서 승리 연설을 하면서도 마냥 기뻐만 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여러분은 우리의 길이 험하고 멀다 해도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며 어려운 현실을 상기했다. 2008년 처음 당선됐을 때 변화와 희망을 내세웠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4년 전에는 시카고 그랜트공원에서 대선 승리 연설을 했으나 이번에는 날씨와 보안 등의 이유로 장소를 실내로 변경됐다. 행사장에는 지지자 등 10만여명이 오바마가 도착하기 전부터 모여 함께 개표 결과를 지켜보았는데 이들은 경합주인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서 오바마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자 승리를 예감하고 성조기를 흔들며 “오바마” “4년 더”를 연호했다.
오바마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전진을 위한 화합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절망과 전쟁의 나락에서도 희망을 보며 전진해왔다”면서 “우리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국민으로 흥망성쇠를 함께할 것”이라고 외쳤다. 초박빙의 승부를 펼친 밋 롬니 공화당 후보에게는 “우리는 이 나라를 깊이 사랑하는 만큼 격렬하게 싸웠다”고 경의를 표한 뒤 “그와 함께 이 나라를 전진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을 기대한다”며 초당적 행보를 약속했다.
경기침체 등 산적한 과제를 의식한 듯 강력한 개혁 의지도 내비쳤다. 오바마는 “재정적자 감축과 세제개혁, 석유수입 의존 축소 등을 위해 민주, 공화 양당 지도자와 만나겠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 피해자와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해군특전단 요원들도 언급했다.
재선의 의미도 되새겼다. 오바마는 “앞으로 할 일과 남은 미래에 대해 어느 때보다 굳은 결심과 영감을 가지고 백악관으로 돌아간다”며 “우리가 겪은 모든 역경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미래가 희망에 찬 때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노스캐롤라이나주 가구 노동자의 아이도 의사나 과학자, 대통령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고 전진”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또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가졌지만 그것이 미국을 강하고 풍요롭게 하지는 않는다”며 “세계 최대의 다문화 국가인 미국이 포용하고 협력하는 데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어렵게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가 현실적인 목표를 부각하려고 했지만 모호한 말만 늘어놓았다”고 평가했다. 행사장을 찾은 스테파니 레노(25)는 “오바마케어(건강개혁법)는 인권”이라며 “오바마를 한번 더 믿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카고뿐 아니라 백악관 인근에서도 많은 지지자가 모여 밤 새워 “오바마”를 연호하며 축제를 만끽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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