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Barack)'이란 우스꽝스런 이름의 말라깽이 꼬마가 품어온 '하나의 국민'이라는 담대한 희망에 미국이 다시 4년을 맡겼다. 버락 오바마 2기 정부의 탄생은 변화를 계속 추진하라는 국민 여망이 반영된 결과다. 동시에 미국의 패권과 일방주의를 경계하는 국제 사회의 기대에 부응한 것으로도 파악된다.
오바마가 8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에 벼락같이 나타나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라는 희망을 던진 이후 미국과 세계는 아직도 그에게 열광하고 있다. 1기 때와 달리 오바마 2기는 4년 뒤 선거 부담이 없어 보다 공격적으로 정책을 선보일 수 있다.
미국의 첫 흑인 재선 대통령이 역사와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미국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4년 전 흑인 대통령의 탄생은 화합을 의미했지만 지금 그의 유산에는 워싱턴 정치의 실종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오바마 2기 정부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조율되지 않은 이중주를 연주할 가능성이 높다.
▦제1과제는 재정절벽
오바마 2기의 최대 현안은 경제다. 그 가운데 첫 과제는 재정절벽(fiscal cliff)의 제거라는데 이의가 없다. 내년초 경기 부양의 종료와 재정적자 감축이 맞물려 정부 지출이 급격히 감소하는 재정절벽이 발생하면 경제 전반이 충격을 받아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 경제계는 오바마가 대통령에 취임하는 내년 1월 21일 이전부터 의회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다.. 백악관은 이르면 7일 공화당과 협의를 거쳐 의회 회기가 끝나기 전인 12월에 빅딜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론들은 전망했다. 재정지출의 자동삭감을 6개월에서 1년 늦추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집권 초반은 경제와 일자리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는 경제와 일자리였다. 오바마가 막판까지 고전한 것은 2차 대전 이후 실업률이 7.2% 넘는 상황에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집권 2기의 7대 공약을 제시했다. 에너지 자립, 중소기업 지원, 부유층 증세 등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보호를 위한 7대 공약이 오바마 2기의 초반 시기를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에는 장기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누가 이기든 향후 4년간 경제가 고속성장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백악관 예산관리처(OMB)는 4년 뒤 경제성장률이 4.0%로 올라가고 실업률은 6%대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중동이 첫 외교 시험대
오바마 1기는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에서 벗어나려 세계와 화해를 추구했다. 하지만 이는 약한 미국 혹은 미국의 역할 축소로 이어진 측면이 없지 않다. 이란 핵, 중동평화협상, 그리고 북핵 문제 등이 오바마 외교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거론된다. 오바마 2기는 이런 문제의 해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1기 때보다 국제 현안에 적극 개입하면서 새로운 오바마 독트린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란 핵 문제와 팔레스타인 국가인정 문제가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아시아 중심 정책 가속화
오바마의 외교전략인 아시아 중심(복귀) 전략은 오바마 2기에서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테러와의 전쟁이 사실상 마무리된 시점에 2기 임기를 시작하는 것도 아시아의 비중을 높이는 배경이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관리의 필요성 역시 외교 중심을 아시아로 이동시키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오바마 2기의 정책에 따라 희망과 긴장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제1 정적으로 지목한 러시아와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할지도 주목된다.
▦중국과 갈등 피하지 않을 듯
오바마 1기 정부는 동반자 관계란 유화적 설정을 통해 중국의 목소리를 키워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바마 2기는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되 필요할 경우 대립을 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는 중국에 국제사회의 룰을 준수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유세 과정에서도 "국제규범에 따른 페어플레이를 하도록 압박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무장관 물망에 오른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 대사 역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책임을 요구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양국의 관계 설정이 오바마 2기와 중국 새 지도부의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는 게 워싱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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