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로 끝난 미 대선에서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득표율에 특히 주목한다. 오바마는 경합주들을 싹쓸이하며 여유있게 재선 고지에 올랐지만 최종 득표율은 오바마 50%, 롬니 49%로 박빙이다. 이는 오바마 2기의 미국이 정확히 반으로 분열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줄리언 젤리저 프린스턴대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양극으로 갈라진 워싱턴 정가의 대결 구도를 바꾸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원은 민주당이, 하원은 공화당이 장악하는 구도가 계속된 반면, 중도파는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젤리저 교수는 "오바마가 2016년 대선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의회는 (백악관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 이후 의회는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P통신 뉴스분석가 벤 펠러는 "오바마 집권 내내 교착상태였던 의회가 그의 재선으로 갑자기 협조 무드로 돌아설 가능성은 없다"며 "두 번의 허니문은 없다"고 단언했다.
오바마 1기 때 공화당과 민주당은 건강보험개혁(오바마케어), 부자증세 등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이 대립했다. 당장 올 연말까지 의회가 재정절벽을 해소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내년 1월2일부터 예산통제법에 따라 정부지출이 삭감돼 그렇잖아도 불황에 허덕이는 미국 경제에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다. 오바마가 초당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신뢰도 이전 같지 않다. 오랜 경기 침체에 지친 미국인들은 자신감을 잃은 데다가 정권에 대한 기대도 높지 않다. 데이비드 케네디 스탠퍼드대 교수는 "미국인들은 강한 리더십을 원하지만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지 는 않는다"며 "효율적인 정부를 원하면서도 권력 분립을 선호하는 특성이 있다"고 해 오바마가 넘어야 할 산이 험난함을 지적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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