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의 목적은 속도위반한 학생들까지 정부가 책임을 지라는 건가요? …둘 다 성인이고 임신과 출산에는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는 걸 몰랐을까요? …덜컥 애 가졌는데 돈이 없으니 다른 사람들이 뼈빠지게 일해서 내는 세금으로 도와 달라는건가요? (5일자 11면 "대학생 부부도 부모입니다" 제하 기사에 대한 'TraDer'님 등의 댓글 의견입니다.)
이 기사에 쏟아진 부정적 반응은 대부분 '개인의 속도위반 사고(?)를 왜 국가 책임으로 돌리느냐'는 겁니다. 일견 공감이 갑니다. 기자 역시 비슷한 이유로 취재와 기사 작성을 망설였기 때문입니다.
취재는 학업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대학생 부부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이 세상에 자신들을 드러내길 꺼렸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가진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그들은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던 거죠.
더구나 출산과 육아, 학업 탓에 온전한 가정을 이루지 못한 커플(예컨대 미혼모)도 많았습니다. 어렵게 가정을 꾸린 대학생 부부들은 대부분 부모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었고요.
그나마 사례가 모이고 기사의 얼개가 잡힌 게 취재 시작 후 한 달. 하지만 기사는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정부에 무엇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가 확고했습니다. 취재파일은 노트북 문서함에 남겨뒀습니다.
그러다 그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교내 보육시설이라도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육아휴학을 인정해주면 좋겠다" 등 우리 사회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가능한 이야기들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정부에 금전적 지원이나 특혜를 달라고 떼를 쓰는게 아니라 길을 조금만 넓혀달라고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보육시설 현황 등에 대한 보충취재를 거쳐 기사를 썼습니다. 기사가 나간 5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기사가 담은 대학생 부부들의 요구를 각 대학과 관련 부처에 권고(6일자 12면)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정부도 대학생 부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죠.
기자는 여섯 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맞벌이 가정의 가장입니다. 취재 전 저는 여러분처럼 "뒷감당 못할 일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 쪽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돈 벌면서 아이 키우는 것도 힘든데 공부하며 키우는 건 얼마나 힘들까." 여러분 속에 잠든 측은지심을 깨워보시길 바랍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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