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따른 영업손실을 영업사원에 떠넘기는 제과업계의 고질적 관행이 여전하다는 것이 법원 판결로 드러났다. 소매점이 경쟁사보다 낮은 납품단가를 요구하면 영업사원은 울며 겨자먹기로 싸게 물건을 넘겨야 하는 상황에서, 회사는 판매부족금을 영업사원이 물어내게 만들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도 손해를 보지 않는 약탈적 관행이 소송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A제과 부산지사 전 직원 박모씨 등 3명은 월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영업사원들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할인율보다 싸게 소매점에 물건을 넘겼다. 그러나 회사는 '판매부족금을 단 한번이라도 갚지 않을 경우, 일체의 민ㆍ형사상 조치를 받아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매월 영업사원들에게 쓰게 하는 방식으로 할인에 따른 손실을 100% 전가했다. 박씨 등은 2009년 판매부족금 6,520여만원을 회사에 물어줬고, 지난해에는 내부감사에 걸려 1억5,000여만원을 물어주게 됐다. 이들은 일을 할수록 오히려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뒀지만 회사는 변제금을 마저 갚으라며 소송을 냈다.
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부장 성지호)는 A제과가 박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8,92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영업사원들은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해 제과업계의 오랜 관행을 쉽게 바꿀 수 없었고, 회사 측도 현실적 매출 목표를 설정하는 등 방법을 강구했어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했다"면서도 "어려운 영업현실을 이유로 비정상 영업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피고에 60%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피고 측 권영국 변호사는 "제과업체들이 비정상적 관행에 따른 손실을 매출 목표가 지상 과제인 영업사원들에게 전가하기 때문에 이들 다수가 빚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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